빚내서 주식 산 개미들…코스닥 시장에 몰렸다

by김성훈 기자
2019.03.29 05:40:00

신용융자잔액 석달새 1조837억원 증가
94%가 코스닥 베팅…단기 고수익 패턴
개미 '사자' 내리고 '팔자' 종목 오르고
"원금손실에 이자부담까지…신중해야"

코스피가 경기침체 공포에 급락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나도 빚내서 한방 터뜨려보자.”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매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석 달 새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어난 금액의 94%가 코스닥 시장에 집중되면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려는 개미들의 베팅 심리가 한층 짙어졌다는 분석이다.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높은 만큼 수익도 커야 하는데다 증권사의 반대매매(증권사가 주식을 임의로 일괄 매도하는 것) 우려까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4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1월 2일 기준)와 비교하면 1조463억원(11.1%) 늘면서 투자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1조원 넘게 불어난 신용융자는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들어갔다. 금투협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2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신용융자잔액은 4조8066억원에서 4조8682억원으로 1.2%(616억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은 4조5489억원에서 5조5536억원으로 22%(1조47억원) 급증하면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올 들어 늘어난 신용융자잔액만 놓고 보면 코스닥이 전체 증가액의 94.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부터 이날까지 이뤄진 57거래일간 코스피가 28일 상승, 29일 하락으로 균형 맞춘 반면 코스피는 단 9일 하락에 머무르는 상승 우위 흐름을 보이면서 코스닥 쏠림 현상이 두드려졌다

지난해 급락장을 겪었던 국내 증시가 올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인데다 경협이나 수소차, 미세먼지 등의 이슈가 이어지면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우상향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빚을 내서 투자한 뒤 고수익을 올리려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을 볼 때 코스닥 시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빚을 내면서까지 개미들이 러브콜을 보낸 종목들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금액기준)한 5개 종목(신라젠(215600), 펄어비스(263750), 아난티(025980), 셀리드(299660), 에스엠(041510)) 모두 연초대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경협주로 꼽히던 아난티와 ‘승리 스캔들’ 이후 된서리를 맞았던 에스엠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5개 종목(바이로메드(084990), 서울반도체(046890), 파트론(091700), 아프리카TV(067160), CJ ENM(035760))은 연초 대비 주가가 모두 상승했다. 개미들이 꾸준히 사들인 종목들은 일제히 ‘쪽박’을 찼지만 팔아치운 종목들은 오르며 쓴 눈물을 삼킨 것이다.

더욱이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은행의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를 크게 웃도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증권사 21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평균은 7.43%(대출기간 한 달 기준)에 이른다. 수수료와 이자 등을 감안할 때 이자율을 웃도는 수익을 내야 차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거래융자는 오르면 큰 수익을 볼 수 있지만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은 물론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큰 투자방식이다”며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