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삼성바이오, 오늘 감리위 등판…승부수 누가 쥘까

by최정희 기자
2018.05.17 06:30:00

삼바, `에피스` 지배력 잃었나, 아니냐가 관건
바이오젠 콜옵션 가치 높아져 vs 삼바의 에피스 지분율은 계속 증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위반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판가름할 첫 감리위원회가 17일 열린다. 사진은 1년간 특별감리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한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회계처리 위반’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가 17일 감리위원회에서 예선전을 치른다.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이 격전지다. 이날 8명의 감리위원(9명중 1명 제척) 판단에 따라 ‘대심제’가 적용, 금감원과 삼바가 한 테이블에 얼굴을 맞대고 앉아 논리 대결을 펼친다. 감리위원들은 사전에 안건 내용을 통보받았으나 17일은 이들이 처음 모이는 자리인 만큼 금감원과 삼바 양측의 설명을 듣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감리위를 거쳐 이달 중 실질적인 논의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핵심 쟁점은 삼바가 2012년 4월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2015년 말 잃는다고 판단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지배력은 △피투자자(에피스)에 대한 힘 △피투자자에 관여함에 따른 변동이익에 대한 노출이나 권리 △투자자(삼바)의 이익금액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피투자자에 대한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능력 등 세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한다. 삼바는 이중 마지막 요건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이오젠은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지분 49.9%를 취득할 콜옵션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콜옵션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바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된다고 판단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삼바의 지분율은 50.1%까지 유지할 수 있지만 이사회가 바이오젠, 삼바 동수로 구성돼 단독으로 에피스의 경영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된단 설명이다. 지배력은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권리지, 누구랑 나눌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계처리가 변경된 2015년 말 시점에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만큼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올라갔냐는 점이다. 콜옵션 행사 비용 대비 행사를 통해 얻게 된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삼바는 2015년 말이면 에피스가 개발한 엔브렐·레미케이드 시밀러가 우리나라에서 승인을 받았을 때이고 판매 승인 절차를 고려할 때 유럽 승인(엔브렐 2016년 1월, 레미케이드 5월 승인)도 앞두고 있어 기업 가치가 이전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판단도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의 권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회계기준(B23)에 따르면 콜옵션이 내가격 상태(행사비용보다 행사로 인해 얻게 된 이익이 증가한 상태)로 행사를 통해 효익을 얻을 경우 실질적인 권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삼바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2015년 말부터 1조 8200억원으로 파생상품부채로 계상하고,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을 이유로 에피스를 ‘연결 종속사’에서 ‘관계사’로 분류, 에피스의 지분가치를 시장가액(안진회계법인이 2015년 8월 작성한 5조2000억원 차용)으로 평가, 종속기업투자이익 4조5000억원이 발생하게 됐다. 영업활동을 통해선 2000억원 손실을 봤는데 영업외손익에서 2조7000억원 가량이 생겨 결과적으로 순이익 1조9000억원을 낸다. 설립 후 첫 흑자다. 자본 역시 달라진다. 2014년말 6300억원이던 자본도 2조7700억원으로 급증한다. 누적 결손금이 한번에 사라졌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바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지배력을 판단하는 마지막 요건인 ‘투자자의 이익금액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피투자자에 대한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능력’이 유지된단 얘기다. 에피스 설립 후 최근까지 계속해서 지배력은 더 강화됐기 때문. 삼바는 2012년 에피스를 85%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5년말엔 91.2%로 높아졌다. 2015년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밝힌 이후에도 지분율은 계속 높아져 작년말 현재 94.6%를 보유하고 있다. 에피스가 신약 개발을 하는데 사용하는 연구개발비용도 삼바측에서 책임을 지고 있어 콜옵션 가격 상승 외에 여러가지 정황을 살펴봤을 때 에피스는 삼바가 지배하는 회사가 맞단 주장이다. 국제회계기준(BC152)도 잠재적 의결권 관련 지배력 재평가에서 투자자의 예상 이익의 변동이 연결 결론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시장 상황의 변동만으로 연결 결정이나 본인 또는 대리인으로서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국제회계기준상 지배력, 잠재적 의결권을 평가하는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기 때문에 감리위원들이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출지, 금감원이 회계조작에 대한 새로운 근거를 내놓을지가 관심이다.

특히 삼바의 회계처리 논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알려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도 연관된다.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가져가기 위해선 제일모직이 46% 이상을 보유했던 삼바의 고평가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삼바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에피스에 높은 가치를 매겨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바 회계처리 위반의 최종 제재 권한을 가진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과정도 심의 대상이냐는 질문에 “조치안과 관련된 맥락도 함께 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바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삼바측은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9월 1일 완료됐고 삼바의 회계처리 변경은 2015년 12월 말, 상장은 2016년 11월에 이뤄져 시점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