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伊람보르기니에 잇단 '러브콜'…사연은?

by강경래 기자
2017.07.19 06:05:00

에몬스·다산네트웍스·바디프랜드 등 람보르기니와 '콜라보'
글로벌 슈퍼카 업체 프리미엄 이미지, 中企 부족한 브랜드 보완
협력이 브랜드에 국한, 로열티 지불 등 우려도

토니노 람보르기니 로고.
[이데일리 강경래 박경훈 기자] 중견가구업체 에몬스는 이달 말 프리미엄 매트리스를 선보인다. 특이한 점은 이 제품이 글로벌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 매트리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것. 이탈리아 ‘토니노 람보르기니’와 협력해 출시한 이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디자인하는 한편, ‘리찌’사의 1등급 천연소가죽을 채택하는 등 현지에서 소재까지 들여와 적용했다. 이를 통해 고급 매트리스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에몬스는 한샘, 현대리바트, 에이스침대 등 굴지 업체들이 즐비한 국내 가구시장에서 디자인과 품질 등을 차별화하며 선방하는 상황이다. 매출액은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303억원 및 1518억원을 올렸다. 다만 이케아 진출 등 영향으로 지난해엔 매출액 1587억원을 올리며 보합세를 기록했다. 김경수 에몬스 회장은 “이케아가 들어온 후 중소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람보르기니와의 협력 등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 올해 1800억원 매출액을 올리며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 사이에서 ‘람보르기니’ 브랜드에 대한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에몬스 외에 다산네트웍스(039560)(통신장비), 바디프랜드(안마의자) 등 각 업종에서 내로라하는 강소기업들이 이탈리아 브랜드 ‘람보르기니’와 전략적 협력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는 것.

인천 남동구 에몬스 전시장 내에 있는 토니노 람보르기니 매트리스. (사진=이데일리DB)
이들 업체는 글로벌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와의 협력을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제품 브랜드에 무게감을 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경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람보르기니와의 실질적인 협력이 아닌, 소위 ‘이름만 빌려 쓰는’ 협력이라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통신장비 분야 1위인 다산네트웍스는 올해 5월 국내시장에 공식 출시한 ‘람보르기니폰’(알파원, ALPHA-ONE)을 이달부터 영국과 러시아 등 해외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영국 헤롯백화점에서 람보르기니폰을 판매하는 한편, 러시아에서는 휴대전화 유통업체인 유로셋과 협력할 방침이다.

다산네트웍스는 알파원에 이어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 제품을 순차적으로 람보르기니 브랜드로 출시할 방침이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람보르기니폰 출시는 회사가 그동안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서 벗어나 ‘일반소비재’(B2C) 분야에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모바일 분야 후발주자인 만큼 고급화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 안마의자 업체인 바디프랜드 역시 람보르기니와 협력키로 한 사례다. 이 회사는 올 2021년까지 5년간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와 함께 안마의자를 공동 개발키로 최근 계약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 ‘람보르기니 마사지체어’(BF-290)를 출시할 계획이다. 바디프랜드는 이번 협력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3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에 대해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제품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호감도”라며 “잘 알려진 브랜드를 가져다 쓰면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람보르기니 프리미엄 스마트폰 ‘알파원’(ALPHA-0NE)이 5월 18일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가운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중견중소 규모인 이들 업체가 람보르기니와 협력할 경우 부족한 브랜드 파워를 강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람보르기니 브랜드가 붙은 제품에 동급 최고 사양 부품과 소재를 적용하는 등 프리미엄 이미지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다산네트웍스는 람보르기니폰을 국내시장에서 269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8’(93만5000원)보다 3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람보르기니폰 외관으로는 수술용 메스에 쓰이는 특수합금을 채용하는 한편, 부품은 무려 2000만화소(20메가)에 달하는 카메라를 비롯해 홈시어터 등에 적용되는 3차원(3D) 돌비 음향 시스템을 적용했다.

다만 람보르기니와의 협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 업체 상당수는 토니노 람보르기니와 협력키로 했다. 이 회사는 슈퍼카 업체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창업주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아들인 토니노 람보르기니 사장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1981년 볼로냐에 설립한 업체다. 이 업체는 의류와 핸드백, 시계, 구두, 골프용품, 호텔 등 업체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브랜드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주요 수입원으로 한다.

이 때문에 람보르기니와의 계약은 ‘전략적 협력’이라기 보다 ‘로열티 주고 이름 빌려 오기’로 봐야한다는 비판도 있다. 일례로 KT&G는 2012년에 토니노 람보르기니와 협력을 체결하고 ‘람보르기니 담배’를 출시했다. 로열티가 보장될 경우 담배 등에도 람보르기니 브랜드를 붙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슈퍼카 업체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로고.
슈퍼카 업체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는 경영난을 겪다가 매각, 여러 기업을 거쳐 2008년 아우디가 인수한 후 폭스바겐그룹에 편입된 상황이다. 토니노 람보르기니는 연간 4000억원 가량 매출액을 올리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을 아시아시장에서 거둬들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람보르기니와의 협력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며, 초기 비용이 없는 러닝로열티이기 때문에 부담도 덜해 상호윈윈이 가능하다”며 “다만 그동안 람보르기니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제품들의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어 협력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