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4대강' 중립적 전문가에 의견 구하라

by이민주 기자
2017.06.22 06:00:00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우리나라 대학에서 토론식 강의는 매우 어렵다. 강의실도 개조하고 온갖 노력을 기우려도 학생들은 묵묵부답이다. 토론 참여 횟수를 성적에 반영하면 조금씩 입을 여는데 독창적 의견보다 교과내용 질문이 더 많다. 미국 유학시절 강의시간에 수시로 던져지는 질문에 다른 학생보다 먼저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부딪치니 요령도 생겼다. 짧은 멘트를 먼저 던져 발언 기회를 확보한 다음 차분히 대처하는 것이었다.

사회계열 강의실에서는 정책적 의사결정에 관한 질문이 주류다. 질문이 던져지면 ‘조건에 따라 다르다’는 의미로 “It depends”를 먼저 외치는 것이 좋다. 어김없이 뒤따르는 후속질문은 어떤 조건인지를 묻는 “Depends on what?”이다. 그러면 결론에 영향을 미칠 조건 2~3가지를 제시하고 각 조건에 대한 추론을 구체적으로 밝히면 금방 “Good!” 또는 “Great!”라는 찬사가 이어진다.

법인세 인상 여부는 정답이 따로 없다. 공공 일자리 확대를 위한 추가경정 예산도 그렇다. 세금인상이나 추경을 실행할 경우와 보류할 경우 일자리를 비롯한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합리적으로 추론해 비교해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은 정치인이나 전문가 의견을 찬반으로 갈라놓고 결론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는 일방적 찬성 또는 반대라기보다는 여러 조건에서 파생될 영향을 세분해 각 조건마다 달라지는 상황에 주목한다. 그러나 언론은 보다 단순한 결론을 요구한다. 필자도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칼럼을 자주 쓰지만 분량 제한 때문에 인상의 긍정적 부분은 축약하고 부작용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 주무부처 공무원은 달라야 한다. 중요한 조건을 모두 제시하고 그 결과에 대한 추론이 충분히 포함된 보고서를 내놓고 합리적 여론형성을 이끌어야 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뒤집히지 않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보고서가 필수적이다. 윗선의 입맛에 맞춘 편향적 보고서는 당장은 넘어가지만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뒤통수로 날아온다.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청와대 컴퓨터 파일 삭제와 문서 파쇄 관례도 청산이 시급한 적폐다. 정책사업의 방향이 180도 바뀌는 것도 문제다. 이번에도 4대강 사업, 국정교과서, 누리과정예산 등이 핸들을 꺾었다.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을 추진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드라이브는 매섭고 세차다. 김진표 위원장은 보수정권 9년 동안 관료사회가 무사안일에 빠지고 지나치게 보수화됐다고 다그친다. 지난 대선은 탄핵사태에 따른 보궐선거였기 때문에 대선공약을 가다듬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새 정부가 정책으로 확정하기 전에 주무부처에서 철저히 재검토해야 한다. 소요예산을 명확히 제시하고 모든 조건에서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에서 내놓는 보고서 수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정부부처 보고서가 필수적이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국민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혼란스러운 정책적 시비꺼리는 ‘4대강 사업’이다. 필자로서도 언론보도 따라잡기도 바쁠 만큼 어려운 분야다. 기후 환경변화와 수자원 관리 및 토목공학이 복잡하게 얽힌 고도의 전문영역인데 이렇게 오랜 동안 찬반이 대립되는 상황이 놀랍다. 천성산 터널공사로 도롱뇽이 멸종한다며 단식하는 수준의 비전문적 찬반세력도 많은 것 같다. 엄청난 규모의 국민세금을 투입해 건설한 수중보가 홍수와 가뭄 대책에 유용한지 아니면 녹조를 일으키는 환경파괴 주범인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후변화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 대책과 관련해 수중보가 보물인지 폭탄인지를 가려야 한다. 녹조와 관련한 환경오염 대책도 시급하다.

이번에도 감사원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립적인 관련분야 전문가를 충분히 참여시켜 제대로 감사해야 한다. 공사에 참여한 건설회사 회계장부를 다시 들척이기 보다는 당초 정책결정 과정의 합리성을 철저히 따지고 일부에서 제기하는 ‘수중보 허물기’의 타당성도 검토해야 한다.

▶ 이만우 교수는...

1954년 강원 동해 출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 박사 /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1980~1981). 미국 조지아대 강사(1985~1987). 한국세무학회 회장(2006~2007) / 현 고려대 교수(1988~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