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민 기자
2016.09.19 06:30:00
[이데일리 김정민 사회부장] 저출산은 북핵 못지않은 현실적인 위협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750년에 마지막 한국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북한이야 공멸이 무서워서라도 핵무기를 쓸 엄두를 못내지만 저출산 주범(?)인 2030세대들에게 수백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는 관심 밖이다.
정부는 10년간 150조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요지부동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병원비를 대신 내주고 보육비를 지원해도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꺼리니 출산율이 바닥을 긴다.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겐 결혼과 출산 모두 짐일 뿐이다. 하지만 ‘허리가 부러져라 힘들게 키워놨더니 자기들만 편하려고 아이도 안 낳는다’는 손가락질은 방향이 잘못됐다.
학원, 학교를 오가는 쳇바퀴 12년과 취업준비로 점철한 4년을 보내고도 취업난에 허덕이기 일쑤다. 직장에 들어가면 세계 2위의 최장시간 근로가 기다린다. 그나마도 언제 저성과자로 몰려 해고 당할지 모르는 불안에 떨어야 한다. 손가락을 들어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이다.
이데일리 연중기획 ‘작은육아’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변화’를 목표로 한 기획 보도다.
1부는 ‘임신에서 출산까지’다. 합계 출산율 1.24명. 결혼해서 아이를 둘 이상 낳는 집이 드물다는 얘기다. 첫 아이를 낳고 나면 둘째를 낳을 엄두를 못 내는 집들이 많다. 산고(産苦)는 큰 문제가 아니다. 수십종에 달하는 산전검사, 비싸기만 한 각종 임신부 용품, 태아는 보장 못받는 태아보험 등. 임신에서 출산에 드는 비용만 1000만원을 가뿐히 넘는다.
지난해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은 30.0세. 1990년 24.8세였던 초혼연령은 25년만에 5.2세가 높아져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2014년 기준 초산연령은 30.97세. 평균 출산연령은 32.04세다. 1995년 초산연령이 26.5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이상 늦어졌다.
만혼에 이은 노산으로 아이와 임신부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노린 바가지 상혼이 판을 친다. 산전산후 용품이나 식품은 프리미엄, 유기농 등의 수식어가 붙으면 일반 제품의 수배가 넘는 가격에도 날개 돋힌듯 팔려나간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는 사치품 뿐 아니라 유·아동용품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신생아 1인당 들어가는 비용은 548만원이다. 2010년(285만원)에 비해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나라도 잘 키우자’는 부모들과 손주와 조카를 위해서라면 지갑 열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조부모와 이모, 고모, 삼촌들 덕이다.
연재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파장과 반응도 있었다. 똑같은 패키지 코스에 이름만 ‘태교여행’이라고 달리 붙여 바가지를 씌우는 여행사들을 고발한 기사는 태교여행을 떠나는 임신부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이으면서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기사로 폄훼 당하기도 했다. 업체들의 상술에 놀아나는 원정출산을 고발한 기사 또한 마찬가지다.
반면 22만명에 육박하는 난임부부들의 현실과 정책 대안을 제시한 기사는 이후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에 동일한 내용이 담긴 덕에 여러 곳에서 감사 인사를 받았다.
2030세대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아이 낳기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서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작한 ‘작은육아’ 시리즈는 단순히 육아비용을 줄이자는 기획이 아니다. 분유값, 기저귀값이 싸진다고 계획에 없던 아이를 낳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작은육아를 통해 지나친 육아비용 뿐 아니라 부모들이 겪는 육아스트레스를 줄인다면 출산을 기피하는 세태를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