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혜미 기자
2016.06.15 05:00:0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우리회사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요즘 삼성 직원들을 만나면 인삿말처럼 가장 먼저 듣는 소리다.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뒤 한동안 잠잠한 듯 보였던 삼성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제일기획(030000) 매각 추진과 삼성SDS(018260)의 물류사업 분할 검토로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서 매각이나 분할 등 사업재편이 거론되고 있는 계열사 뿐 아니라 그룹을 이끄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일기획의 지속 성장에 부정적인 매각 방식은 택하지 않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의중이 전해지고 삼성SDS가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선택할 것이라는 소식에도 불구, 삼성 직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지며 결국 “이직을 고민한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삼성SDI(006400), 삼성전기(009150), 삼성중공업(01014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삼성물산(028260) 5개사에서 약 3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삼성의 뱃지를 뗐다. 이들 5개사는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전체 직원 수는 3월 말 기준으로 작년 연말 대비 5.1% 줄었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추가 희망퇴직까지 더해지면 더 많은 인력이 삼성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쉬운 것은 삼성이 잃어버릴 수많은 인재들과 기업에 대한 로열티다. 한때 한국 최고이자 글로벌 기업이라는 자긍심으로 삼성에 몸담았던 인재들은 국내 다른 기업 뿐만 아니라 미국과 대만, 싱가폴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를 퇴사한 한 직원은 “다들 지금이 위기이고 하루빨리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유행가처럼 부르짖었던 것이 허망할 뿐”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신경영 인재제일’ 정신으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건희 회장은 과거 삼성 사장단에게 “S급, A급 인력을 확보하는 데 나서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이미 확보한 인력을 내보내는 것”이라고 인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수인재 20명을 확보하는 것보다 직원 10명을 내보내는 것이 더 나쁘다는 얘기다.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기회 창출을 함께 해야 할 인재들을 선제적 구조조정의 미명 아래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보내는 지금의 삼성이 무엇을 얻고 잃는지 되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