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치킨게임]①전세계 맥도날드 매장수의 2배
by피용익 기자
2015.12.26 08:26:28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올해 시중은행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4000여명이 퇴직한다는 기사에 한 네티즌은 “치킨집 4000개 더 생기겠네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만큼 치킨집은 퇴직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들 때 선택하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그러다보니 골목골목마다 치킨집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치킨집은 이미 포화상태에 있다. 그래서 ‘치킨집의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치킨게임이란 서로 망할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을 뜻한다. 26일 이데일리는 통계청과 외식업계 등의 자료를 통해 치킨집 과잉경쟁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한국의 치킨집은 자영업의 상징이다. 치킨집 숫자는 전국 골목길 수와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주점업 사업체 수 가운데 치킨 전문점은 3만1529개다. 그러나 정확한 집계는 아니다. 치킨 전문점으로 등록하지 않고도 치킨을 주력 제품으로 파는 곳이 상당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이 제공하는 지도에서 ‘치킨’을 검색하면 각각 6만6403건, 7만1194건이 나온다.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과 동네 치킨가게, 배달전문점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이같은 숫자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유명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맥도날드 매장은 전 세계에 3만6300여개가 있다. 한국 내 치킨집 수가 이보다 약 2배가 많은 셈이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수(약 2만3000개)보다는 약 3배 많고, 전 세계 매장 수 기준 1위 프랜차이즈 식당인 서브웨이(약 4만1900개)보다도 1.5배 많다.
한국에 이처럼 치킨집이 차고 넘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다른 음식점에 비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소비자들이 주로 치킨을 배달시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장이 작아도 장사를 할 수 있다. 테이블이 몇개 없어도 배달을 통해 매출이 유지된다는 얘기다.
조리법도 비교적 쉽다. 소금 밑간을 한 닭에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기면 웬만하면 맛있기 때문이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농담은 치킨집을 차리는 사람들에겐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알아서 해주니 퇴직자들이 치킨집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만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8.0% 증가해 2만4329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