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 '특별취재원' 하루키
by이윤정 기자
2015.12.09 06:15:3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올림픽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2000년. 일본의 유력잡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의 요청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시드니행 비행기에 올랐다. ‘특별취재원’ 자격이다. 시드니에서 무라카미는 매일 400자 원고지 30장씩의 리포트를 써내려갔다.
책은 세계적인 일본작가 무라카미의 올림픽 관전기와 시드니 여행기다. 달리기 마니아로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으로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를 전하고, 낯선 도시 시드니의 매력을 소설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전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시드니 일지’에 앞선 두 편의 ‘맛보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일인칭과 삼인칭을 넘나드는 뉴저널리즘 기법으로 전개했는데, 작가의 시선은 마라톤코스를 달리는 선수의 시선과 오버랩되기도, 다시 관찰자의 시선으로 분리되기도 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유머감각도 빠뜨릴 수 없다. 코알라 번식센터를 방문해 “코알라에게 포르노라도 보여줘 욕정을 느끼게 하는 거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개막식에 말이 대거 등장했는데 긴 행사가 끝나도록 한 마리도 똥을 싸지 않았다”는 인상적인 관전기를 남기기도 한다.
한국 관련 내용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드니올림픽 공식후원사인 삼성의 휴대폰 이야기, 남북한 개막식 동시입장을 본 뒤의 인터뷰, 메달이 결정된 한국경기 리포트 등에선 또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