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유사-주유소 노예 전량구매계약 조사 착수

by김보리 기자
2012.02.29 08:21:00

유류세 인하 대신 정유사 불공정관행 시정
“기름값 많게는 100원 인하 효과 있을 것”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29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업계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량판매계약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카드 대신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불공정계약을 바로 잡아 유가를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8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SK에너지·S-OIL·GS칼텍스 등 정유사를 대상으로 주유소와의 전량구매계약 불공정 조사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전량판매 조건이 완화되면 정유사도 가격 경쟁을 해야하고 주유소 역시 마진의 일정 부분을 낮춤으로써 대략 50원에서 많게는 100원 정도의 기름값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량판매는 정유소가 주유소에 제품 전량을 자사로부터 공급받도록 의무화하고 위반시 계약해지와 손해배상 등 제재를 가하도록 해 일종의 정유사와 주유소의 ‘노예계약’으로 꼽힌다. 이 계약이 풀리면 주유소 입장에서는 ‘혼합판매’ 표기만 하면 보다 가격이 싼 정유소를 선택할 수 있고 정유소도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



정부는 치솟는 유가 대책으로 유류세 인하 대신에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일선 주유소에서 아무 회사 기름이나 섞어 팔 수 있도록 한 주유소 혼합판매를 통해 유가안정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전량구매계약 완화는 이를 위한 선결조건이다.

공정위는 이미 혼합판매의 마지막 족쇄 조항인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사용할 경우 별개의 저장소를 운영해야 한다는 요건을 삭제해 법적으로는 혼합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주유소가 정유소의 눈치를 살피느라 실제로 적용되고 있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전량구매 계약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유가 안정화대책이 정유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석유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 소재를 놓고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재정부 관계자는 “석유제품의 전자상거래 역시 전량판매 요건 완화가 선결돼야 정유사 간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