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은구 기자
2010.06.12 23:32:10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2010 남아공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는 SBS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해설자로 영입한 효과가 한국의 첫 경기인 대 그리스 전에서는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분위기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차범근 전 감독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MBC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명쾌한 해설뿐 아니라 시청자들을 간간이 웃음 짓게 하는 입담을 선보이며 명 해설자로 입지를 굳혔다. 당시 MBC가 중계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데는 차범근 해설위원의 역할이 컸다는 말까지 나왔고 MBC는 차범근 해설위원을 독일월드컵 당시 함께 해설을 맡았던 아들 차두리와 함께 명예사원에 위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유일한 중계방송사인 SBS에 합류한 차범근 전 감독은 12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시작된 이번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 대 그리스 전 중계에서 아직 예전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때문인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이번 한국 대 그리스 전 중계 실시간 시청률(수도권 기준)은 단독중계였음에도 48.0%에 머물렀다. 요즘 보기 드문 높은 시청률이지만 월드컵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단일 스포츠 종목의 국제 이벤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를 웃도는 수치는 분명 아니다.
특히 차범근 해설위원은 전반에는 해설에서 꼭 필요한 말 외에는 자제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너무 말을 아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는 차범근 해설위원의 방송을 위한 준비기간이 짧았던 데다 방송사를 옮기면서 새로운 캐스터와 호흡을 맞춘 데 따른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의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한 SBS에 합류할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차범근 해설위원은 5월20일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감독직 사임을 발표하며 월드컵 해설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SBS는 지난 7일 차범근 해설위원의 해설자 합류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경기를 불과 5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또 차범근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춘 배성재 캐스터는 전반에 시청자들이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에서 스포츠 중계를 듣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 경기의 모든 상황을 쉴 틈 없이 말로 설명했다. 차범근 해설위원이 끼어들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을 뿐 아니라 차범근 해설위원의 해설을 유도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후반에는 배성재 캐스터의 설명이 크게 줄었고 오히려 차범근 해설위원이 방송을 이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중계에서 비중이 늘었다.
그러면서 차범근 감독은 후반 7분 박지성이 한국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골을 넣자 승리를 확신한 듯 “한국은 지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역사를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중계에 탄력이 붙은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입이 풀린` 듯했다.
차범근 해설위원이 오는 17일 오후 8시30분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