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결산⑤]코스닥, M&A 봇물..경영난 심각 반증

by문병언 기자
2001.12.29 13:12:39

[edaily] 올해 코스닥시장을 달군 최대의 화두는 M&A(기업 인수합병)였다. 올 한해동안 코스닥 등록기업의 14%에 달하는 무려 99개사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증시가 열리는 날을 기준으로 하면 이틀이 멀다하고 주인이 바뀐 셈이다. 이처럼 올해 등록기업들의 M&A가 유난히 활발했던 것은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올들어 많은 기업들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회사 존립이 위협받자 새 주인을 찾는 노력이 본격화된 것이다. 또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발걸음도 분주했다. 주로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돈 되는" 신규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장외기업들이 등록기업을 인수, 코스닥시장에 우회등록하는 사례도 봇물을 이뤘다. 게다가 사모M&A펀드가 허용되는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M&A를 활성화시키려는 시장환경도 한몫했다. ◇코스닥 우회등록 봇물 올해는 장외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우회등록(백도어리스팅)하기 위한 방편으로 M&A를 대거 이용했다. 모바일원 유니씨앤티 일간스포츠 한국아스텐 피코소프트 넷시큐어테크 써니YNK 일간스포츠 등이 장본인이다. 또 옥션 피케이엘 케이디엠 코아정보시스템 등은 외국계 기업으로 피인수됐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은 미국의 e베이에 매각됐으며 피케이엘도 포트로닉스가 공개매수와 장외매수를 통해 인수했다. 코아정보는 소프트뱅크인베스트먼트에서 사들였고 케이디엠도 미국의 존슨컨트롤스사가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케이디엠의 경우 공개매수 이후 적은 유통물량에다 투기적인 매수세가 가세해 주가가 10배나 단기급등하는 후유증을 낳기도 했다. 올해초 허용된 사모M&A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아이앤티텔레콤은 인터바인사모M&A펀드, 동우에이엘티는 LG투자증권의 트윈스신클레어M&A펀드에서 인수해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올은 CWI구조조정조합, 태창메텍은 무한벤처투자조합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또 한국아스텐과 피코소프트는 체육복표 관련사업을 영위하는 장외기업인 타이거풀스코리아,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이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특히 재스컴 아이앤티텔레콤 자네트시스템 디지텔 등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통신장비 업체들의 경영권 양도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장외기업인 그로웰산업은 경방기계, 재스컴 등 2개의 등록기업을 인수해 주목을 받았으며 한올 프로칩스 대주산업 등은 새로운 대주주를 영입하면서 관리종목에서 탈피, 경영정상화를 이루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창투의 경우 적대적인 M&A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M&A, 주가 영향력은 약해져 종전 리타워텍 바른손 엔피아 등의 경우 M&A를 재료로 주가가 수십배까지 폭등하는 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나 올들어서는 이같은 양상이 거의 사라졌다. 한국아스텐, 동신에스엔티와 같은 일부 종목은 10배 안팎 급등하기도 했으나 나머지 대다수의 M&A기업들은 막상 재료가 터지면 곧바로 매물이 쏟아지는 등 예전과는 전혀 다른 주가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M&A, A&D의 실효성이 크게 퇴색됐기 때문이다. 리타워텍 바른손 등 소위 A&D 1세대들의 경우 사업재편에 나선 지 2년이 지나도록 경영실적이 신통치 않은 것을 직접 확인한 투자자들의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 종목은 대부분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되거나 주가급등후 대주주가 지분을 처분, 단기간에 엄청난 차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M&A나 A&D는 곧 "머니게임" 혹은 "작전"이라고 인식,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됐던 것이다. ◇머니게임 변질..부작용 적지 않아 실제로 일부 기업은 최대주주가 몇번씩 바뀌는 등 M&A과정에서 시세차익만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IHICP에 인수됐던 가오닉스(옛 신안화섬)는 올들어서도 류주혁외 2인으로, 다시 황경호씨로 최대주주가 두번이나 변경됐다. 인터리츠는 최대주주가 김석우씨, 신범균씨를 거쳐 원래 기업인 하이론코리아로 되돌아 갔으며 코네스도 국민은행, 산업은행, 아이패스, HI에듀로 올해에만 4번이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지난해 이영웅씨가 인수했던 테크원은 올해 5월 김홍일씨로 경영권이 넘어갔으나 김홍일씨가 자금을 챙겨서 잠적, 회사는 부도 나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불과 몇개월새에 주인이 뒤바뀌는 건 당초부터 회사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머니게임 만을 목적으로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M&A나 A&D가 성공하기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M&A 전문회사의 K사장은 "코스닥 등록 프리미엄을 얹어 실제가치보다 비싸게 경영권을 인수하다 보니 주가를 이용해 차익을 챙기려는 사례가 많다"며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이 낮고 더욱이 단기간에 성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무턱 댄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