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미룬 공매도 재개…또 멀어진 MSCI 선진국 편입

by김보겸 기자
2024.06.11 06:16:24

금융당국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10개월 걸려"
MSCI "접근성 나빠져" 지적에도 연내재개 무산
증권업계 "5~10개 종목 한해 공매도 허용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공매도 제도개선 3차 토론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이 추진 중인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 시점을 내년 3월로 제시하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다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MSCI는 “한국의 공매도 접근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연내 공매도를 재개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다.

10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토론 3차’를 열고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을 구축하는 데 10개월이 걸린다”며 “내년 3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치마킹할 유사한 사례가 해외에도 존재하지 않고, 실시간 외부 차단 시스템이나 대차거래 완전 전산화 등 다양한 방안별 장단점을 분석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개인과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 등 다수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하고,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투자금이 이탈하지 않도록 동참을 유도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사실상 연내 재개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평가다. 개인투자자들은 무차입 공매도 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실제 시스템으로 차단이 되는지를 확인한 뒤 재개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를 펴 왔다. 대통령실 역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금지 조치 장기화 가능성을 높였다.

앞서 MSCI가 지난해 한국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시장 접근성이 나빠졌다고 평가한 가운데, 공매도 재개마저 무산되며 선진국 지수 편입은 멀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MSCI는 한국 공매도 접근성을 ‘마이너스(개선 필요)’로 낮췄다. 악화 요인으로는 지난해 11월 전체 상장 주식에 대해 실시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꼽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증권업계에서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 부담이 한국 증시 접근성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김동은 한국투자증권 홀세일본부장은 “이미 한국에 있는 많은 헤지펀드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 미국이나 해외 주식 시장에서 롱숏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철수시킨 지 상당히 오래된 만큼 시스템 부담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 대표로 참석한 유튜브 채널 ‘박곰희TV’의 박동호 대표 역시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공매도 재개가 되고 MSCI 선진국 지수에도 편입이 되어야 한다”며 “(전산화 시스템이) 완성되려면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텐데, 완성되지 않을 경우 국내 거래 재개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올해도 한국 증시의 선진국 편입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경제 규모나 시장 규모에 있어서 선진국에 진입할 요건을 모두 만족했지만 주식시장 접근성에 대한 평가가 미달해 매번 문턱을 못 넘었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공매도 재개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는 제한적으로 톱5 또는 톱10 종목들에 대해선 (공매도)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며 “흐름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베타(시범) 버전으로 적용하는 식이 향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실무 담당 관계자도 “자체 잔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투자자들에 한해서는 공매도 전면 재개를 선언해야 한다”며 “외국인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애초 약속한 7월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데다 개인투자자도 만족하는 해결방안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 역시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이상 전산화라는 제도적 안전핀이 없다면 개인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 당장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기관과 정부가 모두 노력하고 있는 만큼 관계자들이 최대한 노력한다면 시기가 어느 정도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