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개인주의자다?"…누가 그래요?

by김세은 기자
2021.02.17 00:05:23

SNS·커뮤니티 중심으로 적극적 의견 개진
''총공''으로 실검 장악…공론화의 위력 잘 알고 있어
"MZ세대, 목소리 내면 세상 변화한다는 것 알아"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가진 MZ세대.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로 흔히 "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

하지만 현 2030세대들은 어느 때보다도 사회 문제에 열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나 '뜨거운 감자'인 역사와 젠더 이슈 앞에선 가장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커뮤니티로 화력 모아 피드백 요청해

최근 세계 최대규모의 포털사이트 구글에 'origin of kimchi(김치의 기원)'을 검색하면 '중국'이라고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구글에서 검색하면 김치의 기원이 한국으로 나오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중국으로 나타나면서 이용자들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온 것. 이 내용은 2030 이용자가 대다수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각 커뮤니티에서는 "피드백 버튼을 눌러 정보가 잘못됐음을 알리자"는 시정 요청 운동이 벌어졌다.

2030세대들은 스크랩과 링크 공유 기능을 이용해 에브리타임 등 여러 커뮤니티에 문제점과 그 심각성을 알렸다.

많은 이들이 피드백을 요구하자 구글은 논란 발생 후 이틀이 채 되지 않아 내용을 수정했다. 현재는 해외에서도 '김치의 기원'을 검색하면 '한국'이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모(25세, 남)씨는 "(김치 논란에 대한) 에브리타임 글을 보고 구글에 피드백을 요청했고 얼마 후 정보가 수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나도 문제 해결에 일조한 기분이라 뿌듯했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심각한 사회 문제, 묻혀선 안 돼…'총공'의 위력

최근 주변국과 역사·문화와 관련해 끊임없는 잡음이 발생해왔다. 일본과는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중국과는 한복과 김치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대립 중이다.

매번 새로운 갈등이 생겨날 때면 MZ세대들은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도구로 '총공'을 사용한다.

총공이란 '총 공격'의 줄임말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안을 포털사이트에 집중적으로 검색하거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키워드로 해시태그를 다는 등의 운동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위안부 총공'이 성공하면 네이버나 다음 등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위안부'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이렇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NS 해시태그의 경우 얼마 전 아동 학대로 목숨을 잃은 정인이를 추모하고 우리 사회 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진행한 '정인아미안해'와 같은 사례가 있다.

중국과의 '김치 기원' 논쟁이 일어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갓'의 기원을 두고도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의 인디 게임 스튜디오인 '댓게임컴퍼니'에서 중국인 개발자가 만든 '스카이 빛의 아이들'이라는 게임에서 캐릭터가 우리 전통 의복 중 하나인 갓을 쓰고 나왔다. 중국인 게임 개발자는 "갓은 중국의 것"이라 발언해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한·중 게임 유저간 설전(舌戰)이 발생하자 트위터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총공운동 움직임이 일어났다.

'Where_is_TGC_for_equality, thatskygames'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늘리자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해시태그를 영어로 달면서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관심까지 모르려 했다.

총공 계획은 삽시간에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총공은 무엇보다도 참여 인원의 수가 중요해 사건 전개 과정과 총공의 목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진이 함께 공유됐다.

내용 정리 후 공유된 총공의 목적과 이유 (사진=다음카페 캡처)

젠더 이슈 역시 MZ세대가 주시하는 사회 문제다.

최근 논란이 됐던 '딥페이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을 영상물에 합성한 편집물로 포르노 영상을 만드는 데 악용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딥페이크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일부 여초 커뮤니티(여성이 많은 커뮤니티)에서만 언급됐을 뿐 일반인들은 내용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돌을 비롯한 여성 연예인들과 일반인들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희생양이 되자 이를 공론화하고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소비하는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총공 계획은 2021년 1월 13일 오후 8시, 네이버에 '딥페이크 처벌'을 집중 검색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딥페이크 처벌' 키워드는 실시간 검색어 10대 부문에서 1위를 차지, 전 연령 부문에서는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관련 제도 생기면 끝? 사후 감시까지 철저히

MZ 세대의 사회문제 참여는 비단 현재의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이슈라고 하더라도 지속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낙태죄 관련 사안이다. 올해 1월부터 낙태죄는 폐지됐지만 여전히 경구용 임신중절약, 즉 유산 유도제인 미프진 등의 약물은 사용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절 수술 역시 병원마다 기준으로 하는 임신 주수가 달라 '완전한 낙태죄 폐지'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게시글을 계속해 '끌올(내용이 묻히지 않도록 같은 글을 반복해서 게시하는 행위)'하는 등 문제에 대한 피드백을 받은 후에도 계속해서 사안을 예의 주시하는 것이다.

이재흔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MZ세대들은 어느 때보다도 사회 현상에 대한 자기 의견을 잘 표출 중"이라며 "이전과는 달리 내가 목소리를 내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것"이라 전했다.

이어 "실제로 정부와 기업 모두 청년들의 의견을 예의주시한다"며 "MZ세대들이 특히 환경과 젠더 이슈에 민감한 것을 알고 시류에 맞는 정책이나 상품(서비스)을 내놓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관심으로도 세상이 변하는 것을 가시적으로 확인하면서 사회 참여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지게 된다는 것.

이 책임연구원은 그는 "MZ세대는 SNS로 소통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라며 "사회 문제와 관련해 SNS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정의롭지 않다고 여기거나 (목소리를 못 내는 것에) 창피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