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원조 ‘품절템’은 나야 나

by김무연 기자
2020.10.10 10:00:00

오리온 꼬북칩 초코츄러스맛, 시장서 품귀 현상 빚어
겹겹이 쌓인 과자마다 초콜릿 바르는 독자 기술 개발
허니버터칩, 제과 업계 최초로 품절템 신화 일으켜
꼬꼬면, 흰 라면 돌풍 일으키며 품절템 등극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사진=오리온)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오리온이 새롭게 출시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이 새로운 ‘품절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봉이 팔려 나가면서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진귀한 상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시식 인증 사진이나 영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오리온 꼬북칩 초코츄러스 맛은 네 겹의 감자칩에 겹겹이 쌓아 바삭한 식감을 더하되 한겹 한겹 초콜릿을 발라 진한 풍미를 더했다. 그 위에는 달콤한 슈가토핑을 뿌려 츄러스 특유의 향을 완성했다. 오리온은 초코츄러스맛 출시를 위해 초콜릿을 얇고 고르게 바를 수 있는 설비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꼬북칩 초코츄러스는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에서는 찾기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에서 20~30봉을 구매하거나 재고가 많은 대형 마트를 일부러 방문했단 후기도 줄을 잇고 있다.

허니버터칩(사진=해태제과)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에 앞서 제과 업계를 평정했던 원조 ‘품절템’은 2014년 8월 출시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다. 허니버터칩의 기존 얇은 감자칩에 강한 단맛을 더해 문자 그대로 ‘단짠’ 요소를 살린 제품이다. 별다른 광고나 마케팅도 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증가하더니 결국 시장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물량이 씨가 말랐다.

유통업계는 허니버터칩을 다른 상품과 묶어 번들로 팔기 시작했고, 어떤 소비자는 허니버터칩을 대량으로 구매해 웃돈을 얹어 팔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들은 방문하는 손님들마다 허니버터칩이 있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매장 바깥에 허니버터칩이 없다는 문구를 써붙이기도 했다.

허니버터칩 열풍으로 당시 해태제과의 모기업이었던 크라운제과의 주가가 11월 한 달 동안 50% 급등하는가 하면 이듬해 발행한 3년 만기 4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의 7배에 달하는 2700억원 몰리기도 했다. 허니버터칩 열풍에 제과회사들이 비슷한 감자 제품을 내다보니 감자값도 한 해 만에 2배 이상 뛰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시 6년 째로 접어든 현재 허니버터칩은 다이소 등 생활편의매장 등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공장을 3교대로 하루 24시간 가동해도 품귀 현상을 빚었을 정도로 높았던 인기는 과거의 영광이 됐지만 유행이 지난 지금에도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해태제과 역시 허니터버칩 체리블라썸 등 계절 한정판 상품을 내면서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꼬꼬면(사진=한국야쿠르트)
라면 업계에서는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이 품절템으로 등극한 바 있다. 2011년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선보인 꼬꼬면 레시피를 바탕으로 팔도가 제작한 이 상품은 정식 출시 전 진행한 사전 예약이 3시간만에 마감되는 기록을 세웠다.

꼬꼬면은 별다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2주만에 350만 봉지가 팔려 나갔다. 연예인이 만든 라면이라는 점, 지금까지 맛보기 어려웠던 칼칼한 맛의 흰 국물 라면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덕분이었다. 마트에서는 꼬꼬면을 진열대로 옮기기도 전에 고객들이 모두 사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팔도는 꼬꼬면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공장 설비 대부분은 주력 상품인 비빔면을 생산 중이었다. 당연 꼬꼬면의 생산 물량은 시장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고, 시장 반응을 뒤늦게 깨달은 팔도는 비비면 생산 라인을 꼬꼬면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다만 품절템을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품절템은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실적에도 기여하는 효자지만 뒤따르는 소비자들의 불만과 기업 전략 수정 등에 따른 리스크도 저지 않은 탓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품절템이 등장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제조사가 홍보를 위해 일부러 물량을 풀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단번에 공장 설비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기존에 생산하던 주력 상품 생산 라인을 모두 품절템에 맞추는 것도 어렵다”라면서 “또 한 때의 인기 때문에 과도한 설비 투자를 하다 향후 인기가 사그라 들어 수요가 줄면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딜레마가 상당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