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조 역대 최악 빚더미에도 공공기관 방만경영 여전

by최훈길 기자
2020.08.11 05:00:00

국회예산정책처, 337개 공공기관 2019년 결산
부채 늘고 3년째 순이익 감소, 정부 지원 75조
사업비를 내부 행사비로, 화환 사는데 쓰기도
적발돼도 솜방망이…“이대로 가면 재정 위험”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29일 강원도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기관장의 리더십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청와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이명철 한광범 기자] 공공기관들이 짊어진 빚은 늘고 수입은 줄어들고 있음에도 방만경영 행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체 감사에서 적발돼도 대부분 가장 낮은 제재인 ‘주의’ 조치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전체 공공기관(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제외한 337곳)이 국회에 제출한 2019회계연도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가 525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1조4000억원(4.2%) 증가했다. 이는 올해 국가 예산(본예산 기준 512조30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공공기관 부채 비율(부채/자산)도 156.3%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부채는 늘어나는데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3년 연속 감소했다. 공공기관 당기순이익은 2016년 15조4000억원을 찍은 뒤 2017년 7조2000억원, 2018년 7000억원, 2019년 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들 공공기관에 투입된 정부 순지원액은 지난해 75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조6000억원 늘었다. 실적이 악화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공공기관이 늘어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조6266억원, 한국전력(015760)이 2조2635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가 5638억원 각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건보는 문재인 케어로, 한전은 유가 상승·원전 이용률 하락·누진제 완화로, 광물공사는 무리한 해외자원개발로 인한 후유증 때문이다. 이 결과 건보는 1조77억원, 한전은 14조5518억원, 광물공사는 4893억원의 부채가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렇게 실적이 악화했는데도 인건비는 26조9000억원, 경상운영비는 12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조9000억원, 3000억원 늘었다. 특히 한국임업진흥원, 도로교통공단,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산자원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지침을 위반하거나 방만하게 사업비나 운영비를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공공기관 자체 감사에서만 1만6239명이 적발됐지만, 89.6%(1만4547명)가 ‘주의’를 받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안옥진 예정처 예산분석관은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 정부가 상환해야 하는 재정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주무부처는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부채가 지난해 525조1000억원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단위=조원. [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전체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이 매년 감소했다. 단위=원 [출처=국회예산정책처]
지난해 한국전력은 14조5518억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조77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는 4893억원의 부채가 전년보다 증가했다. 공공기관 자체 감사에서 1만6239명이 적발됐지만, 89.6%(1만4547명)가 ‘주의’를 받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단위=원·명·%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출처=국회예산정책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조6266억원, 한국전력이 2조2635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가 5638억원 각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단위=원 [출처=국회예산정책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