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호텔업 新성수기…“리모델링하고 신규 오픈 브랜드도”

by이윤화 기자
2020.08.05 05:30:00

코로나19 장기화, 지방 명소 호텔 8월말까지 ‘만실’
감염병 지속 발생 예견, 국내 호텔 경쟁 치열할 전망
한화·신세계조선 등 지방·서울까지 신규 호텔 오픈↑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 부진을 겪던 호텔업계 분위기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면서 급반전했다. 하늘길이 막혀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된 대신 국내 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감염병을 걱정하며 집에 머물던 사람들도 코로나19 장기화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호캉스’를 떠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외에도 감염병의 지속적 발생이 예견된 만큼 국내 호텔 리모델링 및 신규 오픈이 늘며 새로운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여수 벨메르 전경(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 익스피디아가 한국인 여행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7% 올해 안에 국내여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 강원 이외에도 휴양지로 잘 가지 않던 지역까지 ‘숨은 명소’ 찾기 바람이 불면서 숙소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 부산, 강원 등 주요 관광지의 호텔 예약률은 이달 말까지 평균 90% 수준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내수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여행 심리 회복을 독려하는 것도 국내 여행객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5월 제5차 관광전략회의를 열고 △관광객 분산 △방역 일자리 확충을 통해 감염 위험을 줄인 안전여행을 독려했다. 국내 온라인여행사(OTA), 숙박업소와 연계해 4만원 숙박할인 쿠폰 100만개를 지원하고 전국 놀이공원 최대 60% 할인, 관광벤처 상품 40% 할인 등 지역여행 할인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호텔업계는 신규 호텔 오픈 및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동양의 시드니’로 불리는 여수 웅천지구에 휴양형 프리미엄 호텔 ‘여수 벨메르’를 지난달 24일 오픈했다. 전 객실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며, 100실 규모(19평)으로 설계했다. 레스토랑, 카페, 세미나실 등의 다양한 부대시설은 물론, 오션뷰 사우나가 특장점이다. 320㎡(약 100여평) 규모의 아웃도어 풀을 4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전주의 라한호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 등은 수영장 등 물놀이 시설과 고객 맞춤형 콘셉트룸 리뉴얼을 하며 호캉스족 유치 경쟁에 나섰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오는 25일 개장을 목표로 ‘그랜드 조선 부산’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다만 지난달 23일 부산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그랜드 조선 부산 지하주차장 일대가 침수되며 부득이하게 개장을 연기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다.

숙박 없이 반나절 동안 특급호텔 서비스를 누리는 ‘반나절 호캉스’ 상품. (사진=여기어때)
서울권은 지방에 비해 호텔 등 숙소 예약률이 낮지만 짧은 휴가를 즐기기 원하거나 지방 숙소 예약을 놓친 사람들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울권 호텔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규 호텔 오픈은 물론 기존 호텔들은 도심 고객을 위한 혜액을 늘리고, 반나절 패키지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태원 캐피탈호텔은 지난달 말부터 ‘몬드리안’으로 브랜드를 바꿔 운영을 시작한다. 몬드리안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글로벌 호스피탤리티 기업 SBE가 보유한 5성급 부티크 호텔 브랜드다.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그룹은 SBE와 협업을 맺고 아시아 첫 지점을 이태원에 열었다. 약 300여개 규모 객실에 식당,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등 편의시설을 갖춘 아케이드로 제과점 ‘태극당’, 큐레이션 서점 ‘아크앤북’ 등도 입점했다. SBE는 서울을 거점 지역으로 삼고 아시아 시장 영향력을 넓혀갈 계획이다.

숙박과 별개로 수영장, 다이닝, 피트니스 센터 등 개별 시설만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부대시설만 이용하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콘래드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 스위스 그랜드 호텔 등 5성급 호텔부터 비즈니스 호텔까지 다양한 호텔 브랜드들은 숙박·액티비티 예약 서비스 여기어때와 제휴해 ‘반나절 호캉스’ 상품을 최근 선보였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지방 소도시에도 특급 호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지만 휴가철 등 성수기에는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등 도심권 숙박 수요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