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앞세워 판 흔드는 카뱅‥규제에 흔들리는 케뱅

by김유성 기자
2020.01.07 05:59:31

카뱅, 20~30대 중심 시장 저변 넓히며 5대 시중은행 위협
대주주 규제에 묶인 케뱅, 중금리 대출 상품 ''개점휴업''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5대 시중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사용자 저변을 확보했지만, 대주주 규제에 묶인 케이뱅크는 여신 상품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에 올라탄 카카오뱅크가 사용·편의성 면에서 케이뱅크를 앞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두 은행의 격차를 불렀다고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의 강점이 두드러진다. 오픈서베이가 지난달 2일 전국 20~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카오뱅크 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1.7%(1~3순위 복수응답)였다. 시중은행 앱 중에서는 두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1위는 KB국민은행(42.6%) 앱이었다.

20대로 조사대상을 좁히면 카카오뱅크 앱의 경쟁력이 더 커진다. 20대 중에는 57.4%(복수 응답)가 카카오뱅크 앱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대형사인 KB국민은행(44.2%)나 신한은행(41.8%)보다 많은 수준이다.

ICT스타트업 전문가인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카카오뱅크는 철저하게 사용자 편의성에 맞춰 개발됐다”면서 “젊은 사용자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철저히 연구하고 이를 개선하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젊은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송금’과 ‘입출금’이 다른 은행앱보다 간편하다 . 공인인증서나 OTP(One Time Password, 일회용 비밀번호)가 없어도 모바일에서 바로 송금할 수 있다. 수수료도 없다.



카카오 고유의 이모티콘도 카카오뱅크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올해 인기 체크카드 순위에서도 우리·신한에 이어 4위에 랭크(카드고릴라 집계)되며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2017년 4월 영업을 시작했던 케이뱅크는 여전히 고전중이다. 목표만큼 자본금 확충이 안되면서 대출에 쓸 자금까지 바닥난 상황이다. 예·적금 담보대출 빼고는 케이뱅크의 모든 여신상품이 잠정 중단돼 있다.

3분기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5051억원으로 카카오뱅크의 3분의 1 수준이다. 실적도 올해 3분기까지 당기순손실(742억원 적자)을 기록했다. 사업 유지를 위해서는 추가 증자가 필요하지만, 매번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 KT가 대주주 자격 요건을 얻지 못하면서 증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이유가 크다.

비금융 대주주는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 전력이 없어야 한다는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는 통신업 담합 이슈로 KT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만약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의 형(刑)이 확정되면 KT는 5년간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통신업에서 이런 규제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KT 입장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마저 지난해 11월 29일 국회 통과가 좌절됐다. 이 개정안에는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KT의 상황을 지켜 본 ICT기업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속출한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인도네시아와 대만, 일본 등에서 인터넷은행업을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인터넷은행 자체를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