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사·딜러사 딴소리..아우디 A3 계약자 '부글부글'

by이소현 기자
2018.08.30 06:05:00

할인 예고 했던 아우디 A3가 인증중고차로 판매 개시된 2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서울모터리움 아우디 전시장에 판매상담 종료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달 25일 아우디 A3 구매를 위해 아우디코리아의 공식딜러사인 고진모터스를 통해 100만원 계약금을 일시불 카드결제로 치른 최신형 씨(가명)는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당시 영업직원은 40% 할인된 가격으로 A3를 살 수 있다고 호객행위를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해당 차량은 아우디코리아 차원에서도 딜러사에 배분할 물량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최 씨는 “한 달 동안 대여섯 차례 가계약금 반환을 문의했지만 딜러사는 준비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아우디 A3 대란’은 일부 판매 대행 업자들이 묻지마 사전계약이나 과도한 할인을 알선하는 등 수입차 시장의 어두운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수입차 점유율이 국내 시장에서 20%에 육박할 정도로 큰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이 같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판매 행태가 사라지지 않아 불만을 키우고 있다.

아우디코리아가 신차 판매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계약부터 받는 사례도 빈번하다. 특히 영업직원은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둘러 계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신차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교묘히 파고든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으로 돌아간다. 실제로 아우디코리아의 공식딜러사인 고진모터스와 가계약을 체결한 2000여명은 차를 배정받지도 못했지만, 상당수가 현재까지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수입자와 판매자가 나뉜 이원 구조에 딜러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해도 수입자인 아우디코리아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본사 판매방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딜러사 직원이 개인적인 영업 활동을 벌인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A3 흥행으로 광고효과는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디젤 게이트’로 판매정지를 당해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올해 야심차게 사업을 재개했다는 인식을 주는 데 충분했다.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A3 판매는 중간에 절차상 문제로 엇박자가 났지만 ‘아우디는 한국에서 건재하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며 “A3 3000여대 물량 떨이로 신차 등록대수는 확 올라가고 수입차 판매 순위 상승에도 극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업계의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에 한국 소비자가 스스로 ‘호갱’ 취급을 당했다는 지적도 있다. 2년 전 ‘디젤 게이트’ 사태를 까맣게 잊고 수입차 대폭 할인에 호응한 소비자가 있어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얼마 전까지 비난을 받던 메이커의 파격적인 할인에 너도나도 덤벼드는 특성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미 시장을 흔들고 왜곡시키는 상황이 나타나는 만큼 소비자는 자중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시각도 견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무줄 수입차 가격과 판매방식도 논란이다. 아우디 A3처럼 신차를 중고차로 파는 수법은 아우디폭스바겐의 오래된 판매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전직 폭스바겐 영업사원은 “연식변경을 앞두거나 인증문제로 판매가 연기될 때 미리 폭스바겐 파이낸셜 등을 통해 리스차로 서류에 등록한 다음 고객에게 할인 판매했다”며 “디젤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도 티구안과 골프를 수 백대 등록해서 팔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