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거 때면 '질러 대는' 금융 空約 막아야

by전재욱 기자
2018.05.30 06: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인천에는 마땅한 은행이 없습니다. 인천시가 출자하고 인천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인천은행을 설립하겠습니다.”

28일 KBS가 주최한 인천시장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병호 바른미래당 후보가 인천은행 설립을 공약했다. 인천시민을 위한 은행을 만든다는 공약에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정말 인천은행을 만든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금융 관련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돈’이 얽힌 탓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특정 도시를 위한 은행을 설립하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은행 설립은 불가능하다. 은행 설립 요건은 까다롭다. 은행법상 은행 자본금은 최소 1000억원이다. 문 후보는 인천시에서 매년 20억원씩을 출자해 인천은행에 댄다고 했다. 조건 미달이다. 더구나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새로 은행업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카드수수료 인하도 선거철 단골 메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정의당 등 5곳이 수수료 인하를 공약했다. 이들은 평소 추구하는 정치 이념과 가치가 양극을 달린다. 그런데 모두 카드 수수료를 깎자고 한다. 은행 중도상환 수수료 인하를 공약한 정당도 두 곳이다. 여당은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까지 더 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공약은 만들기도 쉽다.

특히 법정최고금리는 2월 이미 한 차례 내렸다. 카드수수료는 오는 7월 인하가 예정돼 있다. 아직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또 내리자고 한다. 수익 악화를 우려하는 카드사에 ‘엄살 피우지 말라’고 하지만 업계는 죽을 맛이다. 이들도 유권자다. 정치권은 유권자가 유권자를 죽이는 투표를 유도하고 있는지 모른다.

정치 언어는 표심을 잡기 위한 전달에 주력한다. 그래서 디테일이 떨어진다. 유권자가 떨어지는 디테일에 주목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空約) 대신 실현 가능한 공약(公約)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