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수출기업 긴장감 고조

by남궁민관 기자
2017.05.05 06: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데일리DB
[이데일리 남궁민관 노재웅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국내 대표 수출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에 따른 관세 인상의 가능성은 낮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들 업계는 대미 외교채널을 강화하는 동시에 꽉 막혀 있던 대화의 창을 열어 양국의 무역 환경을 증진할 방안을 모색중이다.

5일 철강 및 석유화학 관계자들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공론화에 대해 “철강·석유화학 제품은 한미 FTA와는 별개로 이미 지난 2004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관세양허 협정에 따라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관세를 인상할 확률을 희박하다”면서도 “한미 FTA 재협상 자체가 아니라 이것으로 상징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보호무역주의의 한 축인 반덤핑 과세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8월 국내 철강사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열연·내연강판에 최대 60~65%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올해 3월에는 포스코(005490) 후판, 지난달에는 세아제강(003030), 현대제철(004020) 등의 유정용 강관에 반덤핑 관세 최종판정을 내렸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지난 1월 애경화학과 LG화학(051910) 가소제(DOTP)가, 2월에는 LG화학과 금호석유(011780)화학 합성고무가 반덤핑 예비판정을 받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철강사업 보호를 위해 한미FTA 재협상 시도뿐 아니라 징벌적 고관세율 책정이 줄잇고 있다”며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중국 제품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이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유탄을 맞고 있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이어서 “한미FTA 재협상 역시 직접적 피해는 없다고는 하지만 자동차와 가전 제품의 대 미국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후방산업인 철강의 피해는 예상가능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이 중국의 보호무역 주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은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한 특성을 갖고 있어 중국시장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의존도는 매우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대 중국 수출비중은 46.3%에 이른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주의가 중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한미 FTA 재협상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산 제품에 35%의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27일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시장 상황에 따라 멕시코 생산 공장 가동률도 조정해 재고를 조기 정상화하고 수익성 위주의 질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멕시코 공장을 준공하고 생산에 돌입한 기아차는 애초 올해 전년보다 15만대 늘린 25만대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아울러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포르테(K3)의 80% 이상을 북미로 수출하고 나머지 20%는 멕시코 현지 시장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FTA로 인한 영향을 미리 진단하긴 어렵다”면서 “오히려 규제 변화가 아닌 중국 사드 영향과 마찬가지로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 변화가 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춘 외부 환경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덤핑·상계관세 같은 무역구제조치가 늘어나는 등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고 있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차원에서도 통상 리스크 대비를 위해 민간 통상채널을 확대하고 기업내 통상 전문조직을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