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근무 정규직]③"색안경 끼고 보던 경단녀..결국 그게 내 일이더군요"

by안승찬 기자
2015.02.26 06:02:00

CJ그룹의 경력단절여성 채용 프로그램인 ‘CJ 리턴십’ 채용 설명회.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CJ그룹이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꺼내 든 계기는 경력단절여성 채용이라는 경험 때문이다.

CJ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한해 두차례씩 경력단절여성을 별도로 채용하고 있다. 현재 360여명의 경력단절여성이 근무하고 있다. 단순 지원업무 외에도 연구개발, 홍보, 기획, 디자인, 인사, 마케팅 등 전문직에도 배치했다.

사실 시작은 실업률을 낮추려는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독려에 따른 것이었다. CJ 인사 담당자들도 “그때는 이 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정확하게 몰랐던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일단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언니’(CJ그룹은 경력단절여성을 뽑은 리턴십 프로그램의 구호로 ‘뭘 좀 아는 언니들이 돌아왔다’로 정했다)들은 환호했지만,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특히 퇴근시간 문제가 말썽이었다. 4시간 근무를 선택한 경력단절여성은 오전 10시에 출근해 3시에 퇴근한다. 같은 사무실에는 9시 이전부터 출근해 오후 6시 이후에 퇴근하는 전일근무자가 수두룩하다. 먼저 퇴근하는 사람도, 남아있는 사람도 민망하고 속상한 건 마찬가지다.

“아무리 4시간만 근무하기로 처음부터 계약이 돼 있지만, 다들 일하고 있는데 혼자 퇴근하려면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에요.” 시간근무제를 선택한 경력단절여성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CJ는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시간선택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게 지켜지는지 인사팀에서 감시한다. ‘칼퇴근’을 못하는 사례가 5차례 이상 발견되면 소속 부서장의 인사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강수를 뒀다.

지금은 분위기가 꽤 바뀌었다. 김영신 CJ 인사팀 과장은 “요즘은 부서장이 알아서 경력단절여성들의 퇴근을 먼저 챙겨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일과 가정을 힘겹게 병행하는 경력단절여성들과 20개월을 함께 보낸 CJ 직원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고충을 눈을 직접 보면서 경력단절여성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어색하기만 했던 시간제 근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도 깨닫기 시작했다.

김 과장은 “처음에는 현업 부서의 불만이 솔직히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정착이 됐다”면서 “결국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경력단절여성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조직 전체에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실제로 사내 보육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과 연계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LG그룹과 손을 잡고 LG그룹 직원이 가까운 CJ의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CJ 직원이 집 근처에 있는 LG의 보육시설을 서로 이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김 과장은 “어떤 기업과 손을 잡을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동 육아시설 운영에 대해 정부에 제안했다”면서 “성사될 경우 사내 육아시설의 이용이 한층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