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유정 기자
2008.12.05 08:47:31
한국과 KB, 흥국투신 펀드 등 이미 80여개
합병무산 공시후 기준가변경 더 늘어날 듯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LG이노텍이 추진하던 LG마이크론과의 합병이 일단 무산됨에따라 관련 주식을 편입한 펀드의 기준가가 무더기로 변경됐다.
양사가 아직 합병무산을 공식적으로 공시하지 않은 만큼 향후 기준가격이 변경되는 펀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신운용은 44개의 펀드, KB자산운용은 9개, 흥국투신운용 33개 펀드에 대해 기준가격을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매수청구권 행사 주식에 대한 평가방법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운용은 `TAM그랜드슬램안정혼합`과 `부자아빠주식`, `한국KB오토체인지주식`, 한국글로벌이머징주식` 등 33개 펀드에 대해 기준가격을 하향 조정했다.
이밖에 KB자산운용의 `KB2000시대 M&A테미주식형`과 `KB광개토주식`, `KB스타적립식`, 흥국투신운용의 `태광마켓리더스채권혼합과 `태광하이클래스채권혼합` 등도 기준가격을 낮췄다.
이는 자산운용사들이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매수청구가격을 기준가로 산정했으나 합병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시가로 변경함에 따라 발생한 결과다.
양사의 합병안에는 매수청구금액이 총 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지난 4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 1600억원 이상 수준이 됨에 따라 합병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LG이노텍의 매수청구권 가격은 4만8938원, LG마이크론은 3만6267원이지만 3일 종가는 각각 3만4900원, 2만1500원이었다. 펀드 기준가는 전날 주가의 종가가 적용되는 만큼 3일 종가를 펀드 기준가에 적용할 경우 가격은 더 낮아지게 된다.
흥국투신운용 관계자는 "매수청구가격을 기준으로 기준가를 산정했으나 시가가 이보다 20~40% 낮은 가격에 형성됐고, 합병이 무산됨에 따라 4일자로 기준가격을 시가 기준으로 변경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 측은 아직 합병 무산에 대해 공시를 하지는 않은 상태다. 다음주 초쯤 공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투신운용과 KB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등이 공시에 앞서 미리 기준가격을 변경키로 결정한 것은 다음주초까지 해당펀드를 매수청구가격을 기준으로 운용할 경우 영업일수로 3거래일 정도 시가와 괴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준가격 변경 폭이 더욱 커지고 그만큼 투자자들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준가격이 변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기간 환매한 투자자들은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찾아가게 되지만 새로 설정한 투자자들은 지불한 금액보다 적은 좌수를 매입하게 돼 불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세 운용사는 4일 수익증권매매가 이뤄지는 오전 9시30분 이전에 기준가 변경작업을 마무리해 해당펀드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흥국투신운용은 이번 일을 계기로 지주회사 전환이나 합병 등을 앞두고 있는 기업 등에 대한 기준가격 산정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는 일반적으로 매수청구가격을 기준으로 했지만 앞으로는 시가를 적용하다가 지주사 전환이나 합병이 확정될 때부터 매수청구가격을 적용해 오류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