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이름 "United States of Subprime"

by하정민 기자
2007.10.12 08:24:44

WSJ 보도..중서부 지역·중산층 이상도 서브프라임 영향권
부실 후폭풍, 수 년간 지속..`카드로 만든 집` 형국

[이데일리 하정민기자] "이제 미 합중국의 정식 명칭은 `이야."

미국 집값 하락이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비관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신용 위기를 초래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서부 해안 대도시 일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 서브프라임 부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다는 일반론과 달리 실제로는 미국 전 지역과 중산층 이상의 백인 부유층도 서브프라임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WSJ은 지난 10년간 이뤄진 1억3000만건의 주택 대출을 자체 분석한 결과, 중산층 이상 계층도 상당수가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국 주택 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500개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고금리 모기지 대출 규모는 총 1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고금리 대출이 전체 주택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04년 16%에서 작년 29%로 상승했다.

특히 최근 3년간 이뤄진 고금리 모기지 대출은 전체 모기지 4360만건 중 25%가 넘는 1030만건에 달했다.


68개 대도시 지역에서 고금리 모기지 대출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텍사스, 미시간,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메인, 네바다, 워싱턴 주 등 미국 전역에서 이같은 경향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금리 대출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텍사스의 맥앨런-에딘버그-미션 지역으로 고금리 대출이 전체 대출의 무려 39.1%를 차지했다.



WSJ은 고소득자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용 비율도 대폭 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간 소득 30만달러(약 3억원) 이상이며 백인인 사람들이 고금리 대출 이용 규모는 한 해 전보다 74% 급증했다.

주택가격 급등세가 이어지자 자신의 신용한도를 넘어선 고가 주택 구입 열기가 확산됐고, 중산층 이상도 고금리 서브프라임 대출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부실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WSJ은 내년 말 이자율이 올라가는 변동 금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가 최대 6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와중에 미국 주택 평균 가격은 현재 2005년보다 22% 떨어졌고, 주택압류 비율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실제 미국 부동산 전문 연구소인 리얼티트랙은 9월 주택차압이 22만35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늘었다고 밝혔다.

웰슬리 대학의 칼 케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업계의 공격적인 대출 마케팅이 상환 능력이 없는 소비자들을 주택 구입 열풍에 몰아넣었고 이 때문에 미국 주택가격이 큰 폭 상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 주택시장 상황은 `카드로 만든 집`과 같다"며 "우리는 이미 붕괴 초입 단계에 들어섰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