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자통법)(上)"총론 공감, 각론 이견"

by김경근 기자
2007.04.01 10:41:42

30일 자통법 제정 토론회 "총론 공감, 각론 이견" 여전
지급결제 두고 증권사·은행 논쟁 치열
결제시스템 안정성 우려 vs 소비자 편익 주장 `팽팽`

[이데일리 김경근기자] 지난 30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 제정에 관한 토론회장. 증권선물거래소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하루빨리 자통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달 31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자통법 토론회


자본시장통합법 설명회를 연상시킬 만큼 자통법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이 줄을 이은 후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 토론을 듣고 있던 한 참가자가 강한 어조로 자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은행권을 대표해 나온 이 참석자는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은 반드시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통법 근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증권사의 지급결제는 위험성이 있어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자통법을 둘러싼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자통법이 한국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총론`엔 모두가 동의하지만, 증권사와 은행의 업무과 관련된 지급결제라는 `각론`에선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회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와 은행업계에선 여전히 찬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는 한국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자통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데다, 자본시장이 실물경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자통법이 시행되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자통법이 한국 금융시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에 대해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권은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쳐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권은 증권사의 겸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통법이 통과되면 증권사가 자산운용까지 할 수 있게 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증권 매매와 중계를 하는 증권사가 자산운용까지 하게 되면 자신들이 수익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거래를 벌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같은 은행들의 반발에 "근거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은행권이 문제 삼고 있는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자산운용 겸영도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자통법을 둘러싼 논쟁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역시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이다.

재정경제부의 법률안에 따르면 고객이 증권계좌에 넣은 자금을 자유롭게 이체할 수 있게 된다. 증권계좌에서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는 것은 물론 신용카드 결제, 자동이체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은행이 전담해 오던 지급결제 업무 상당 부분을 증권사가 가져가는 셈이다.

은행권은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반대 이유로 `안정성`을 들고 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결제시스템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가 급락으로 고객예탁금이 일시에 빠져 나가게 돼 특정 증권사가 제때 결제를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그 영향이 연쇄적으로 다른 금융기관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그러나 "은행권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주식시장이 폭락한다고 예탁금이 일시에 급격히 빠져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1년 미국 9·11 테러 직후 고객예탁금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또 "증권사들은 고객예탁금 전액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있어 사실상 지급준비율이 100%이기 때문에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은행권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오히려 지급결제가 소비자들의 편익을 위해서 반드시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종록 한국증권업협회 상무는 최근 "증권사 자금이체 허용은 금융소비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은행권이 증권사 자금이체 업무를 반대하는 것은 금융소비자보다 자신들의 수익감소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수익 8조원중 7조원 정도가 이자수익으로 추정된다"며 "증권사에 이체기능이 허용되면 이중 20% 가량이 증권사 계좌로 옮겨와 은행권의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지급결제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