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한국 폭탄주 재밌네”

by조선일보 기자
2006.04.20 08:27:23

서울서 이색 酒法 강연
“폭탄주 알아야 한국알죠” 외국인들 많이 참석
태권도酒·슬라이딩酒·변강쇠酒 등 제조 시연

[조선일보 제공]


▲ 18일‘폭탄주 강사’로 나선 심재혁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이 폭탄주 만들기 시연(試演)을 하고 있다. 맥주잔 안에 '뇌관'인 위스키 잔을 떨어뜨리자, 거품이 무섭게 튄다. /허윤희기자
“자, 폭탄주 잔은 이렇게 흔들어야 제맛입니다. 손가락으로 잔을 꽉 움켜쥐면 안 돼요. 맥주잔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살짝 쥔 다음, 이렇게 흔들어줍니다!”

딸랑딸랑―. 경쾌한 마찰음이 울렸다. “브라보!”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18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쥬피터홀. 수십 종류의 술과 잔이 놓인 단상 앞에서 이색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제는 ‘세계의 술문화와 한국의 폭탄주’. 강사로 나선 심재혁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이 ‘폭탄주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저는 폭탄주 마실 때 딱 두 가지 원칙을 지킵니다. 첫째, 절대 고급 위스키를 쓰지 말 것. 가문의 명예를 걸고 만들어온 고급 술을 맥주에 퐁당 빠뜨려 먹는다는 건 모독 아닙니까? 둘째,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지 말 것. 그 두 가지만 지키면 폭탄주, 아주 즐겁습니다.”

심 사장의 달변으로 폭탄주의 유래, 종류, 알코올 도수 등 ‘폭탄주에 대한 모든 것’이 하나씩 해부됐다. “맥주잔에 맥주를 따르고 위스키잔을 퐁당 떨어뜨리면 원자폭탄주. 거품 튀는 모양이 마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될 때의 버섯구름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요….” 반대로 맥주잔에 위스키를 붓고 맥주를 작은 양주잔에 넣어 섞으면 수소폭탄주. 맥주잔에 위스키를 넣고 또 위스키를 부으면 중성자폭탄주란다. “이건 100% 위스키라 주선(酒仙)급만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곧바로 폭탄주 만들기 시연(試演)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태권도주, 가라테주, 다이아몬드주, 슬라이딩주, 변강쇠주, 쌍끌이주, 타이타닉주…. 그가 이름도 생소한 폭탄주를 하나씩 ‘제조’할 때마다, 참석자들이 한 사람씩 나와 단숨에 잔을 들이켰다.

“와우! 나도 가끔 폭탄주를 마시지만,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어요.” DHL코리아의 알란 캐슬스 대표이사는 “두 잔이나 석 잔까진 나도 거뜬히 먹는다”며 웃었다. 빅토르 웨이 벨기에 대사, 오시마 쇼타로 일본 대사 등 참석자의 절반을 차지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신기하고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시연 후에는 폭소클럽(폭탄주소탕클럽) 회장인 박진(朴振) 한나라당 의원과의 토론도 진행됐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폭탄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아 여의도에서부터 건전한 술 문화를 만들자는 의미로 폭소클럽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한국을 제대로 알고 세계와 통(通)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것. 행사를 주최한 최정화 한국외대 교수는 “폭탄주 문화를 알아야 한국의 술 문화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색 포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허윤희기자 ostinat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