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트럼프 호재 맞은 LNG…포스코, 초격차 ‘고망간강’으로 밸류체인 확장

by김성진 기자
2025.03.03 10:01:55

지난달 26일 광양 제2 LNG터미널 방문
2026년 준공 시 총 8기에 133만㎘ 저장
니켈강 대비 30% 저렴한 고망간강 적용
장인화 회장 결단으로 LNG탱크에 활용
벙커링·선박 시운전 등 LNG 사업 확대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지난달 26일 찾은 전라남도 광양제철소 인근 포스코인터내셔널 제2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현장에서는 한창 건설 중인 직경 90.4m, 높이 55.8m의 거대한 LNG 탱크 7호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탱크는 2026년 7월 준공 예정으로 총 20만킬로리터(㎘)의 LNG를 저장할 수 있다. 총 95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제2 LNG 터미널 건설이 끝나면 포스코그룹은 총 8기의 LNG 저장탱크를 보유해 133만㎘ 규모의 저장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전 국민이 40일 동안 난방용 가스로 사용 가능한 양이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포스코그룹 광양 제2 LNG터미널 7호기 내부 건설 현장 모습.(사진=포스코.)
포스코그룹의 LNG 사업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LNG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미 지난해 북미산 LNG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선제적으로 트럼프 정부에 협력하는 기반을 갖췄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세계 각국을 상대로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이에 대한 협상 카드로 LNG 사업 협력이 활용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2년에는 세니에르와 연간 40만톤, 2024년에는 멕시코 퍼시픽과 연간 70만톤의 북미산 LNG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0년간 매년 110만톤의 북미산 LNG를 확보하게 됐다.

광양 제2 LNG터미널 부지에 건설 중인 20만㎘ 탱크 2기 전경.(사진=포스코.)
포스코그룹의 LNG탱크에는 포스코가 2008년 개발(에너지산업용)에 착수해 상용화에 성공한 극저온용 고망간강이 적용된다. 탱크 안에는 밥통 모양의 내조 탱크가 설치되는데, 바로 영하 163℃ 극저온 상태의 액화 LNG를 안전하게 담기 위해 고망간강이 들어간다. 주성철 포스코이앤씨 차장은 “과거 고망간강을 처음 LNG탱크에 적용했을 때는 신소재라 용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용접 품질을 개선하고 불량률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고망간강은 포스코그룹 내부에서는 철강업계 ‘게임 체인저’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동안 LNG탱크는 극저온에 강하고 고강도, 내마모성 등을 갖춘 9% 니켈강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니켈강은 원재료가 비싸다는 게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다. 고망간강에 첨가하는 망간은 전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기존 소재로 쓰이던 9% 니켈강 대비 약 30% 저렴하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포스코그룹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고망간(Mn)강 생산공정.(사진=포스코.)
특히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고망간강 상용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기 포스코기술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과거 육상 LNG탱크를 만들 때 고망간강이 아니라 다른 소재를 사용하기로 결정돼 있었다”며 “그런데 장 회장님이 고망간강을 활용해 탱크를 만들자는 결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한화오션에서 고망간강 적용을 주저하고 있을 때 직접 한화오션 측 경영진을 만나 설득하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컨테이너선 22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4척 등 총 36척의 고망간강 연료탱크 탑재 선박을 수주해 인도 혹은 건조 중에 있다.



이날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에서 고망간강 생산 과정도 직접 볼 수 있었다. 가열로에서 나와 시뻘겋게 달아오른 슬라브(철강 반제품)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동시에 두께를 일정하게 조절하는 압연 과정이었다. 정영덕 포스코 광양 후판부 리더는 “망간 원소 자체가 산화에 취약하고 가열 제어도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며 “포스코는 망간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복해서 차세대 에너지강재로 도약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포스코그룹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고망간(Mn)강 제품 적치 모습.(사진=포스코.)
포스코그룹은 앞으로 고망간강을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고망간강은 자성을 띄지 않아 잠수함, 함정, 군수용 전차에 적용할 경우 스텔스(은폐)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어 방위산업 소재로 수요처 확대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가공이 많은 비자성 구조물(초대형 변압기), 중전기기(산업용 모터, 선박용 발전기), 전자유도장치(자기부상열차), 초전도핵융합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의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광양 LNG터미널을 중심으로 LNG 밸류체인 확장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2026년부터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LNG 운반선 1척을 활용해 세니에르와 계약한 북미산 LNG를 국내 반입한다.

터미널 관계자가 광양 LNG터미널에 정박한 LNG선에 선박시운전을 위한 천연가스 주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포스코.)
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0년 8월 5일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민간기업 1호로 LNG 선박 시운전 자격을 취득하고 국내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선박시운전 사업을 시작했다. LNG 선박 시운전 사업은 조선사가 선주에게 LNG선을 인도하기 전 LNG가 안정적으로 저장되고 주요 설비가 정상 작동되는지를 검사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마침 이날 LNG터미널 부두에는 17만4000CBM급 대형 LNG 운반선 한 대에 시운전 전 LNG를 주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선박용 저탄소 연료인 LNG를 공급하는 LNG 벙커링 전용 인프라를 구축해, 국내 LNG벙커링 시장을 활성화하고 국제 환경정책에 발맞춰 나아가고 있다.

광양 LNG터미널에 정박한 LNG선에서 바라본 광양 LNG터미널 전경.(사진=포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