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신청 2년새 6배 급증…2명중 1명은 청년
by이배운 기자
2024.07.24 06:36:17
올 상반기 2만6027건 신청…20~30대 63%
서울 7019건…강서·금천·관악 ''빌라촌'' 집중
"비아파트 역전세난 각별한 주의 필요"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법원에 임차권등기를 신청한 건수가 올해 상반기에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청자의 2명 중 1명은 20대~30대 청년층이었다.
23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만 60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9203건보다 35.5% 늘었다. 2022년(4231건) 2021년(3907건)과 비교해서는 각각 6.1배, 6.6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임차권등기는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등기를 신청한 임대인은 이사를 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속 태우는 시민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22년부터 전셋값이 하락해 역전세 문제가 나타나고, 전세 사기 피해자도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아울러 연령별 신청 현황을 보면 신청자의 44.7%(1만1642명)는 30대고 18.5%(4827명)는 20대로 전체 신청자의 63.2%를 차지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이 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겪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세사기 피해자 통계에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1만8125명이다. 이 중 30대 피해자가 48.4%(8778명)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25.4%(4600명)로 뒤를 이으며 전체 피해자의 73.8%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지역별 임차권등기 신청 건수는 서울이 70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183건보다 13.5% 늘어난 것이다. 경기는 6935건으로 지난해보다 28.7% 늘었고 인천은 19% 증가했다.
서울 구별 신청 건수는 강서구 1891건, 금천구 646건, 관악구 474건 순으로 서울 전체 신청 건수의 42.8%를 차지했다. 이들 세 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빌라가 많아 사회초년생들이 몰렸다가 보증금 미반환,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한 곳이다.
임차권등기 신청 급증세는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정점을 찍던 2021년 하반기 이후 하락이 본격화한 2022년 4분기 전까지 체결된 전세 계약 만기가 올해 말까지 계속해서 돌아오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올해 1~5월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서울 연립·다세대 거래 9653건을 분석한 결과 46%가(4437건) 기존 전세보증금 대비 전세 시세가 하락하는 등 빌라 시장을 중심으로 역전세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다방 관계자는 “월세와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빌라 전세보증 기준도 강화된 영향”이라며 “당분간 전세시장에서 아파트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비아파트의 역전세난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