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신용등급 강등…초대형 은행은 우려 적어"

by이은정 기자
2023.08.09 08:01:00

KB증권 보고서

미국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사진=AFP)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무디스가 미국 은행 신용등급을 강등했지만, 초대형 은행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KB증권은 9일 무디스가 미국 2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짚었다. 무디스는 M&T은행, 웹스터 파이낸셜 등 10개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캐피털원, PNC 등 11개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고, US뱅코프, 뱅크오브뉴욕멜론, 스테이트 스트리트, 트루이스트 등 6개 은행은 신용 등급 하향을 검토한다.

무디스의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차대조표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은행시스템 전반에서 예금이 줄어들고 있는데, 예금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신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를 들었다. 또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국채와 MBS와 같은 채권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여러 은행의 2분기 실적에서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이라며 “이에 따라 무디스는 내년 초에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약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되면, 상업용부동산의 위험이 높아지면서 상업용부동산 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초대형 은행까지는 우려가 번지지 않았다는 평이다. 대표 지역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됐을 뿐만 아니라 대형은행들도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생기면서, 금융 업종은 전일 대비 0.87% 하락했다. 은행시스템을 다시 불안하게 만든 건 사실이지만, 무디스의 이번 결정이 초대형은행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초대형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를 활용한 수익의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행들에 비해 불확실성이 덜하고, 예금 이탈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다”며 “무디스는 상당한 규모의 미실현 손실 때문에 지역은행들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평가했는데, 초대형 은행들은 예금이 불안해서 이탈하는 일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또 무디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은 중소형 은행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봤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원격근무가 일반적인 근로형태로 자리를 잡으면서, 사무실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초대형 은행들은 이미 대손충당금을 적극 쌓고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수익성이 낮아진 지역은행들이 대출을 덜 늘리면서,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고금리 대출을 늘리는 작업이 잘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며 “순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행들이 이 문제를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