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 92% 연장…멀어지는 건전재정

by김은비 기자
2023.07.31 08:21:42

일몰 도래한 조세지출 71개 중 65개 연장
올해 감면 규모만 13.6조…전체 감면액의 20%
5월까지 국세 전년比 36.4조 줄어…법인세 17조↓
"국회·정부 전체적 감면 수준 등 정해둬야"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올해 ‘세수 펑크’ 상황에서도 일몰을 앞둔 조세지출이 10개 중 9개꼴로 대거 연장된다. 올해 감면액 규모만 14조원에 달한다.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이지만, 세수 결손 등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올해 종료 예정인 비과세·감면 제도 71개 중 65개(91.5%)를 연장하기로 했다. 기한만 연장하는 제도는 58개, 구조를 재설계해 기한을 연장하는 제도는 7개다. 예정대로 종료되는 조세지출은 6개(8.5%)에 그쳤다.

조세지출 종료 비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강도 높은 비과세·감면을 추진했던 2015~2016년에는 종료 비율이 26.3%, 28%였다. 2019년(20.6%), 2020년(18.5%)에도 20%대를 유지했다.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0.5%와 13.5%로 떨어졌다가 이번에 한 자릿수로 한단계 더 내려앉았다.

조세지출은 특정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세해야 할 세금을 깎아주거나 면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납세자에게 세금을 줄여줘 재정지원을 하는 효과가 있어 ‘숨은 보조금’으로 통한다. 반면 국가 세입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지출이 되는 셈이다. 각종 보조금을 비롯한 예산안을 원점 재검토하면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한 정부의 기조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연장된 65건의 올해 감면액(전망)은 추정 곤란 항목을 제외하고도 13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도 조세지출예산서 기준으로 올해 전체 감면액 69조3000억원의 20.0%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세지출의 상당부분이 취약계층·농어업인·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정비가 쉽진 않다. 문제는 기한 연장이 되풀이되고 수혜층에 당연한 혜택으로 인식되면서 제도정비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올해 연장된 조세지출 중 감면액이 가장 큰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은 1977년 처음 도입됐다. 두 번째로 큰 신용카드 사용액 세액공제 역시 1999년 도입됐다. 반면 일몰대로 종료되는 6건 가운데 3건은 최근 5년간 감면실적이 아예 없었던 제도다.

올해 이미 역대급 ‘세수 결손’이 예고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감세까지 진행되면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올해 5월까지 국세 수입은 160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조4000억원 감소했다. 경기 악화로 법인세가 17조3000억원(28.4%) 감소했고, 소득세도 9조6000억원(15.8%) 덜 걷혔다. 국세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은 40%에 그쳤다.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향후 세수 감소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72조4000억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로 13조원,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약 3조원 등 2022년∼2028년 감세효과가 총 8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연장 여부가 담기지는 않았지만, 올해 한시 적용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직전 3년 평균 대비 투자증가분에 대한 추가공제 10%)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투자활성화에 따른 세수 증가보다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경기가 둔화되고 서민 생활고가 커질 때 세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줘야 하지만, 무분별한 조세특례 기한 연장은 국가재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사안별로 비과세·감면제도 일몰 여부 등을 판단하기보다는, 국회와 함께 전체 감면 수준을 정해두는 등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