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 주인공…인텔 창립자 94세로 별세
by김상윤 기자
2023.03.25 10:34:49
반도체칩 기술 발전에 혁혁한 공 세워
펫 겔싱어 현 CEO “무어의 법칙 건재”
은퇴후 환경·보건·과학 분야 꾸준한 기부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인텔 공동 창립자이자 반도체 집적도가 약 2년마다 2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만든 고든 무어가 24일(현지시간)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무어가 하와이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 앞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 고든 무어(오른쪽) 인텔 공동 창업자 겸 명예회장이 2005년 로버트 갤빈 모토로라 회장으로부터 마르코니 소사이어티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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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인텔을 공동 창립한 무어는 반도체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그는 1965년 반도체 회사인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 사의 연구소장 시절, 기술 발전 덕분에 반도체칩의 용량이 매년 두배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년이 지난 이후 그는 밥 노이스와 함께 인텔을 창업했고 그는 1975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기존의 주장을 수정해 18개월마다 트랜지스터의 수가 두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발표했다.
무어의 법칙은 비관적인 예상을 뒤엎고 입증됐고, 1975년 무어는 향후 10년간 트랜지스터의 2년마다 두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치를 수정했다. 1971년 2700개에 불과하던 트랜지스터 수는 26년 후 인텔이 펜티업1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750만개로 대폭 늘어났다. 칩을 더 빠르고, 더 작고, 더 저렴하게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현재 컴퓨터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진보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빅테크가 나온 배경에는 무어의 혁신이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 기술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더는 무어의 법칙이 유효하지 않는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이를 계승하겠다는 인물이 팻 겔싱어 현 인텔 CEO다. 인텔을 재건하겠다는 그는 2021년 10월 “무어의 법칙은 여전히 건재하다”며 슈퍼무어의 법칙을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과 리본펫(RibbonFet) 트랜지스터, 파워비아(PowerVia) 이외에 여러 반도체 조각을 한데 모아 쌓는 패키징 기술이 합쳐지면 ‘슈퍼 무어의 법칙’도 가능하다”면서 반도체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1979년 무어는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고, 이후 1987년까지 회장직을 계속 수행했다. 이후 또 다른 동료인 앤디 그로브를 영입하며 무어와 노이스, 그로브 ‘인텔 3인방’은 1980~1990년대 인텔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1997년 무어는 명예 회장이 되었으며 2006년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포브스지는 그의 순자산을 72억달러(약 9조3600억원)로 추산한다. 무어는 생전에 환경, 과학, 보건 등에 관심이 많았고, 이 분야에 대한 꾸준한 연구 및 기부를 많이 했다. 아내와 함께 2000년 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을 설립해 50억 달러 이상을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