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기차역 공격 300여명 사상…어린이 5명도 사망

by김경은 기자
2022.04.09 11:25:59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기차역 피란민 공격
러시아군 기차역 공격 부인…우크라이나군 자작극
국제사회 강도 높은 비판 “인명 피해 모골 송연”
미 국방부 “러군,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용

피란민의 눈물. 사진=AFP/연합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기차역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 50여 명이 숨지고 3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에는 어린이 5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오전 토치카-U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북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기차역을 타격했다.

도네츠크주 당국은 공격을 받은 역사에는 기차로 피란하려던 주민 수천 명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떨어진 시각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차역엔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중서부 지역으로 가는 첫 기차를 기다리던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수 천명이 있었다.

AFP는 민간인 복장의 시신 약 30구가 시트에 덮여있었으며 땅바닥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고 전했다. 승강장에 놓인 시신 옆에는 지팡이와 장난감 토끼도 보였다.

도네츠크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기차역을 집속탄으로 폭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집속탄은 미사일 모체에서 소형폭탄 수 백개가 흩뿌려져 넓은 지역에 무차별적인 살상을 가하는 무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격 당시 기차역 주변에 우크라이나군이 없었으며, 러시아는 이번 공격으로 “한계 없는 악”을 보여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제사회도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우크라이나 기차역 공격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는 민간인을 공격한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범한 또 다른 끔찍한 잔혹행위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라를 지키도록 안보 지원과 무기 수송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과 함께 이번 공격을 조사하는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피난을 떠나고 있다”며 “그들이 가진 무기라고는 유모차, 곰 인형, 여행 가방뿐이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유럽 차원에서 새로운 제재를 채택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인도적,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트위터를 통해 “민간인 대피에 사용되는 기차역을 공격하는 것은 비열한 짓”이라며 “인명 피해에 모골이 송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 공격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은 이날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어떠한 공격 계획도 없었고 그런 공격을 수행하지도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부인에도 미국 국방부는 돈바스 지역 기차역 공격이 러시아군 소행이 맞으며, 러시아군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공격과 관련해 “이는 러시아의 공격이었고, 그들이 이를 수행하기 위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