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 심부전 환자의 심장 재활
by이순용 기자
2022.01.01 08:18:54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젊은 시절 신증후군에 의한 합병증으로 말기 신부전이 발생해 매일 복막 투석을 하던 60세 여성 환자는 어느 날부터 집에서 복막 투석 후에도 숨이 너무 차고 힘들어졌다. 소화는 안되고 식사는 양이 점점 더 줄었고, 근육량도 많이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나 체중이 늘면 호흡곤란이 더 심해질까 봐 먹는 것도 두려워졌다.
환자는 키가 160cm에 몸무게가 40kg까지 야위어만 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화장실 가기도 힘들 만큼 숨이 차서 타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흉부 X-ray 상에서 심장
이 매우 커져 있었고, 폐 부종이 심해져 X-ray 상에서 검게 보여야 할 폐가 모두 하얗게 보이고 있었다. 우선 복막 투석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생각하여 혈액 투석으로 바꾸었으나 폐부종이 잘 해결되지 않고, 심장 기능이 매우 감소한 소견으로 본원으로 전원 되었다. 투석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 물이 폐로 차고 혈압 조절이 전혀 되지 못한 것이 심장 기능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하여 복막 투석은 중단하고 신장내과와 협진을 통해 혈액 투석으로 일주일에 세 번으로 바꾸었고 심장을 보호하는 약물들을 사용하면서 최대한 혈압을 조절하였다. 환자의 심장은 매우 커져 있었고 심장의 박출률은 정상인의 1/4 이 채 되지 않는 심한 수축 기능 저하 심부전 환자였다.
오래 투석을 하던 것도 힘들었는데, 심부전까지 왔다니 환자는 가뜩이나 예민한데 불안감과 우울감이 커졌다. 식사도 더 하기가 싫고 심부전이라니 움직이면 심장이 멈추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들어서 침대에서 나오시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워낙 야윈 몸이시라 숨도 차고 체력이 떨어지기만 한다. 환자에게는 불안감과 우울감을 우선 줄여 드리고 조금씩 심장 재활을 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힘들어하는 환자분께 회진 때마다 손을 잡고 눈을 마주 보면서 최대한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
“많이 불안하시고 맘이 힘드신 것 잘 압니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지만 혈압이 높은 편이라 쓸 수 있는 약제도 많습니다. 혈액 투석을 통해 폐의 물을 빼고 심장을 보호하는 약제들을 잘 사용하여 혈압을 조절하면 심기능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근력을 키우도록 하세요. 저희 심장재활팀이 운동을 함께해 줄겁니다. 그리고 식사는 하실 수 있을 만큼 골고루 잘 드세요. 재활팀과 함께 하는 운동으로 조금 부족할 수 있으니 제가 회진 오기 전에 누워 계실 때 다리 들어 올리기 10번, 앉아서 다리 들어 올리기 10번씩 하실게요. 그리고 회진 때마다 같이 웃으며 ‘할 수 있다’ 한 번씩 외쳐 보면 어떨까 해요” 어떻게 보면 조금 유치해 보이거나 성인이 부끄러울 수 있지만, 약이나 의학 기술로만 환자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 환자의 마음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의지도 중요한데,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주고 격려를 해주게 되면 환자는 더 용기가 나는 것 같다. 혈액 투석과 약물 요법으로 급성기를 넘기고 폐부종이 많이 호전된 환자는 심장 재활을 더욱 적극적으로 받고. 처음 어두웠던 얼굴에서 점차 자신감과 웃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장 재활은 심장병 그 자체만을 치료하겠다는 개념을 뛰어넘어서 심장병 환자의 전인적인 치료와 사후 관리까지도 함께하겠다는 의미의 토탈서비스 개념으로 운영되는 의료 분야다. 심부전이나 심근경색 혹은 심장 수술 이후 급성기를 넘긴 환자들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두 가지 큰 목표가 남아 있는데, 첫째는 심장병으로 약해진 심폐기능과 전신 근육, 운동기능을 회복시켜 다시 정상적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며, 둘째는 심장병이 발생하는 위험 인자를 철저히 관리하여 병의 재발을 막는 것이다. 그 위험인자라 함은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과음, 비만 등이 되겠으며 약물의 순응도 감소, 우울감 등도 관리를 함께해 주어야 한다.
심장 재활 프로그램은 우선 환자의 심장 질환이 어떤 병인지를 교육하는 것이며, 병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도록 그림이나 쉬운 언어를 통해 이해시켜야 한다. 그리고 퇴원 후의 일상생활 지침, 응급 시 대처 방안 및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상담하고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며 약물 교육을 포함한다. 입원 기간 중 환자의 심폐 기능 및 운동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운동 부하 검사를 실시하며, 그 결과를 근거로 개인에 맞는 운동 처방을 시행하게 된다. 아직 걷기조차 어려운 환자의 경우, 침상 옆에서 호흡 운동부터 누워서 근력을 키우는 운동, 밴드 운동, 일어나는 운동부터 보조하면서 근력을 천천히 키우게 된다. 초기에는 심전도 및 혈압을 관찰하면서 의료진의 감시와 통제하에 운동 치료를 배우게 되고 안정 상태가 되고 퇴원을 하게 되면 통원 운동 치료를 받게 된다. 또한 각 환자에게 해당하는 심장병 유발 혹은 재발의 여러 위험들을 발견하여 이를 교정하고 교육하여 잘못된 생활 습관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을 유도한다.
과거에는 심부전으로 입원하면 4주간 침상 안정을 시키고 퇴원 후에도 부담스러운 일상생활 동작이나 운동을 금하도록 하였으나, 최근에는 심부전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운동을 해야 회복이 빠르고 재발이 덜 된다는 쪽으로 치료의 원칙이 바뀌었다. 심장병을 앓고 나면 많은 환자들이 퇴원 후 병원에서 주는 약만 잘 먹고 지내면 원래의 기운과 운동능력을 회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런 경우 환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적절한 운동이다.
특히나 심부전증 환자의 경우는 심장의 최대 수축력이 떨어져 무산소성 대사가 일찍 나타나 보다 낮은 강도의 운동에서 이미 젖산의 축적이 급증하고, 근육의 피로와 호흡곤란이 심해져 운동을 포기하게 된다. 심부전 보호 약물들을 사용하고, 심장의 기능이 호전된다 해도 곧바로 운동능력이 향상되지 못하는데, 이는 운동 능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심장 이외에 말초성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심부전증 환자에서의 운동 능력의 저하는 심장 박출량의 감소와 함께 말초 기관에서의 산소 이용률이 감소한 것이 더 큰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말초 혈관 내피 기능, 말초 골격근 기능 감소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팔의 이두근이나 삼두근 혹은 다리의 허벅지, 엉덩이 근육 등 큰 근육을 함께 키우는 것이 삶의 질 개선과 운동 능력 향상에 중요하다.
심부전 환자들은 심장의 기능이 감소해 있기 때문에 조금만 운동하면 쉽게 피로하고, 어지러움이 발생하며, 호흡곤란이 있어 막연히 운동에 대해 자신감을 잃거나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또는 반대로 약해진 심장 상태에 맞지 않은 격한 운동을 하면서 심장에 부담을 주어 병을 악화 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위해 처음 입원 시부터 환자들에게 환자의 심장 기능과 운동에 대한 반응의 정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적절한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결정하여 환자의 맥박, 혈압, 심전도를 감시하며 운동을 시키는 방법이 도입이 되었고 이 방법을 통해 점차 운동 능력을 증량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는 적절한 약물요법으로 혈압을 정상화하고, 혈액 투석을 유지하면서 알맞게, 골고루 식사를 하고 심장 재활을 통해 근력을 점차 늘려나갔다. 그리고 나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서 하루에 한 페이지씩 좋은 글귀 쓰기, 명언 쓰기, 할 수 있다는 마음 쓰기 연습을 하기로 했다. 일 년이 지난 시점에 환자의 심장 기능은 모두 정상화되었고, 체중은 모두 근육으로 늘어나서 160cm에 52kg의 건강한 몸으로 회복되었다. 환자는 이제 산에도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지내신다. 내가 미국에 연수를 다녀왔을 때, 잠시 주치의가 떠난다는 생각에 걱정을 하던 분이었지만 지난 수년간 긍정적인 마음 쓰기 연습,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했던 자신의 글들을 보면서 하루하루 다시금 맘을 잡고, 나에게 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다고 한다.
비록 투석을 하고, 심부전 약물을 복용하지만 이야기하지 않으면 심부전 환자라는 걸 아무도 모를 것 같다. 환자의 표정과 말에서는 자신감이 있고, 호흡곤란은 보이지 않는다. 환자에게는 과거에 얽매여 있던 우울감이 치료를 방해하는 장벽 중 하나였다. “과거에 난 건강했는데, 그때 신장이 보호되었다면 난 지금 투석을 안 할 텐데, 난 매우 활동적인 사람이었는데..” 그런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앞을 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의료진과 함께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고, 약물도 복용하고, 운동을 병행하면서 환자는 많이 건강해졌다. 어찌 보면 당연한데 인간으로서 그런 마음가짐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 다사다난한 2021년이 끝나고 새로운 2022년을 맞이하는 때이다. 힘들었던 과거의 일은 접어두고, 더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하루 꾸준히 운동하고, 거울을 보며 한 번씩 웃고, 노트에 긍정적인 마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한 글자씩 적어 본다면 일 년 후 다시 12월이 되었을 때, 더 발전하고 건강해져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