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와도 한파에도 풍작…스마트팜에 씨 뿌리는 유통업계
by김무연 기자
2021.03.25 05:30:00
이마트·하이트진로·국순당, 스마트팜에 자금대
스마트팜, AI·IoT 등으로 시설재배…기후영향 적어
당장 사업적 시너지 미지수이지만 성장세에 주목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유통업계에서 ‘스마트팜’을 주목하고 있다. 아직 기업 간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가능성을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이미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스마트팜을 주요 성장 산업으로 인식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 아부다비에서 운영 중인 엔씽 수직농장(사진=엔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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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는 스마트팜 스타트업 기업인 ‘엔씽’(n.thing)에 투자했다. 이마트는 해당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된 유진증권의 펀드에 자금을 댔다. 이마트 측에서 엔씽의 기술력과 직원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단 설명이다. 엔씽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로부터도 1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은 바 있다.
스마트팜 스타트업인 엔씽은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형 수직농장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농장관리 시스템 특허를 갖고 있다. 상추 등 신선 엽채류를 수경재배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물 사용량을 대폭 줄여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기존보다 100배 늘리는 기술을 보유 중이다. 엔씽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수출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1일 스마트팜 시스템 개발 및 판매업체인 퍼밋과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트진로는 스마트팜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퍼밋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농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
퍼밋은 작물 선정부터 생육 시설 설계, 시공 재배 후 관리, 출하까지 스마트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127개 선도 농가의 10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생육 노하우를 보유하는 등 퍼밋만의 노하우도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퍼밋은 동남아에 ‘딸기 컨테이너팜’ 기술 수출을 확정했다.
전통주 제조회사 국순당 또한 앞서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스마트팜 업체 팜에이트(옛 미래원)에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 국순당이 보유한 팜에이트 지분은 25%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팜에이트는 국순당 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VC로 꼽히는 IMM인베스트먼트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팜에이트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농업생산에서 스마트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 미만에 그치지만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팜 관련 시장 규모는 2017년 4조4493억원에서 연평균 5%씩 성장해 2022년에는 5조958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스마트팜 투자는 당장 사업적 확장을 고려하기보단 성장하는 스마트팜 시장의 추세를 읽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성장세가 꾸준하고 사업적 가능성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어 언제든 신사업 확장의 교두보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순당이 투자한 팜에이트의 경우 현대백화점·홈플러스·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스타벅스·버거킹·써브웨이 등 프랜차이즈 업체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팜에이트는 2019년 약 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하기도 했다.
최근 이상기후로 채소 가격의 등락이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스마트팜의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청상추(4㎏)의 도매가는 1년 전보다 7.2% 올랐다. 신선 엽채류의 경우 폭염이나 폭우 등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가격 변동 폭이 컸다. 파프리카(5kg)의 도매가 또한 지난해보다 18.1%, 평년보다 28.4% 올랐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스마트팜은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동화 시스템 및 로봇 기술 등을 활용해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생산한다. 노동력을 최소화하는데다 기후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 프랜차이즈들이 스마트팜을 찾는 이유도 큰 변수 없이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한 VC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보유한 부지 가운데 공장이나 창고로 쓰기 어려운 곳을 스마트팜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라면서 “스마트팜 스타트업들도 기술은 있되 경영 전략이나 영업 유통망이 부족한 곳이 많기 때문에 IT 업체보다는 유통 또는 식품기업과 손을 잡는 편이 생존에 수월하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