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접근성↑·매장 유지비↓…패션업계 ‘대세는 온라인’

by이성웅 기자
2019.03.29 05:30:00

의류업계, 온라인 전용 브랜드 출시 잇따라
삼성패션 ''오이아우어'', LF ''HSD'' 등
한섬, 기존 오프라인 브랜드 ''덱케'' 온라인 전용 전환
유행 대응 및 반영 빠르고 가성비 높일 수 있어

여성복 브랜드 ‘오이아우어’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패션 선도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기존 브랜드를 온라인 전용으로 바꾸거나 아예 브랜드 출시 단계에서부터 ‘온라인 전용’으로 구상하는 식이다. 패션업계 장기 불황에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28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은 최근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 ‘오이아우어’를 출시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를 겨냥해 출시한 오이아우어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통합 온라인몰인 SSF샵에서 독점 판매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오이아우어를 론칭하며 온라인 사업부 내에 별도의 디자이너와 기획 및 판매 인력을 배치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상품기획, 생산 노하우와 온라인 사업부의 마케팅 및 판매 역량을 접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더해 빅데이터 활용과 고객 품평단 운영 등 온라인 특유의 빠른 소통을 무기로 소비자들의 요구를 실시간 제품 제작에 반영할 수도 있다.

상품 구성 역시 온라인 전용 브랜드답게 시기별 토털 컬렉션 방식이 아닌 전략 상품 중심이다. 가격대는 재킷이 20만원대, 셔츠와 블라우스가 10만원대로 제품 질에 비해 저렴하다.

삼성물산은 오이아우어 이전에도 지난 2017년부터 브랜드 효율화를 단행하며 아동복 브랜드 ‘빈폴 키즈’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빈폴 레이디스’로도 지속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인 온라인 전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LF(093050) 역시 이달 출시한 액세서리 브랜드 ‘HSD’를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유통한다.

LF는 수년 전부터 유통 채널별 특성에 따라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작업의 산실로 2030세대 남녀 소비자를 겨냥해 주 소비층이 선호하는 편집매장과 온라인 유통 전용 브랜드로 출시한 것이 HSD다.

HSD는 최근 유행하는 스트리트 패션에 어울리는 가방과 신발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중심 브랜드인 만큼 유행을 선제적으로 읽고 이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요 판매처는 LF의 자체 온라인쇼핑몰인 LF몰이다. 이어 무신사, 29cm 등 온라인 편집매장에 입점할 계획이다.

런던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덱케 ‘아코디언백’.(사진=한섬)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의류회사인 한섬(020000)은 최근 잡화 브랜드 ‘덱케’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이에 맞춰 핵심 소비층도 기존 2030세대에서 1020세대로 바꾸고 판매 가격대도 낮췄다.

한섬이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지난 1987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한섬은 이번 전환에 앞서 지난 2017년부터 덱케의 오프라인 매장수를 줄이는 작업을 해왔다.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온라인 브랜드의 경쟁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덱케는 연중 신제품 출시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제품 기획 방식도 바꿨다.

‘디자인 작업→소재 선정→원가 산출→샘플 생산’ 등의 단계를 거쳤던 기존 제품 기획 과정을,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 상품기획(MD), 생산·소재 담당자가 함께 논의해 결정하는 ‘집단 기획 방식’으로 변경했다. 제품 출시 여부를 결정하는 품평회 주기도 기존 분기 1회에서 주 1회로 바꿔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섬은 온라인 브랜드의 강점을 살려 덱케를 해외 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 온라인몰과 연동되는 W 콘셉트 등 국내 온라인몰을 활용해 미국, 중국 등에도 제품을 동시 판매한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는 트렌드 반영이 느리고 유통 과정을 여러 단계 거치며 가격이 비싸지는 등 기존 오프라인 의류 사업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소비자 역시 가격대가 저렴하고, 구매가 간편한 온라인 채널 이용을 선호해 제도권 의류회사들의 온라인 이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