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볼보 S90 T5..나무결이 살아있는 럭셔리 리빙룸
by남현수 기자
2019.01.19 06: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볼보는 특유의 고급스러운 실내외 디자인과 탑승객을 편안하게 만드는 편의 장비(대표적으로 시트)로 국내에서 상당한 골수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요즘에는 기존 안전의 대명사에다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디자인이 멋진 차라는 평가가 따라 붙는다. 2009년 볼보가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이름 빼고는 모두 다 바뀐 셈이다. 그것도 긍정적으로 말이다.
볼보의 아이덴티티를 생각하며 플래그십 세단 S90을 만났다. 첫 생각이 “스웨덴이 아닌 중국에서 조립한 차인데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쓰나미처럼 뇌를 파고 든다. 올해 한국서 판매되는 S90은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다.
최근 3년 동안 국내에서 볼보의 행보는 성공적이다. 지난해 볼보의 국내 총 판매량은 8524대! 한국 진출 이후 최대 판매실적이다. 올해는 1만대 클럽이 확실해 보인다. 그 중심엔 탄탄한 SUV 라인업(일명 XC Range)이 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는 4674대가 SUV일 정도다. 그러나 올해는 브랜드의 대표 플래그십 세단 S90(2018년 판매량 1051대)의 활약이 기대된다. 스칸드나비안 럭셔리 감성이 녹아든 차다.
시승 모델은 S90 가운데 가솔린 엔진을 얹은 T5 인스크립션이다. 가격은 기존 7000만원대에서 중국 수입으로 바뀌면서 6590만원으로 600만원 정도 내렸다.
S90의 외관은 출시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토르의 망치라고 이름 붙은 주간주행등과 아이언 마크 그릴은 단순하지만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전륜구동 모델임에도 짧은 프론트 오버행은 스포티한 느낌을 극대화한다. 마치 후륜구동 세단과 같은 프로포션이다. 약방의 감초마냥 차체 구석구석 가미된 크롬 장식은 과하지 않아 세련돼 보인다. ‘ㄷ’자 형태의 테일램프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수평이 강조되는 디자인으로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앞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고급스러운 가죽과 인테리어가 반긴다. 부드러우면서도 제대로 몸을 감싸주는 가죽 시트와 천연 나무 장식은 감성을 더한다. 실내 대부분에 리얼 우드, 천연 가죽, 알루미늄 등이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센터페시아는 실내가 넓어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는 물론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처음 마주하면 생소하지만 이내 스마트폰 홈버튼 조작 방법이랑 비슷해 익숙해진다. 직관적으로 배치된 버튼은 적응이 쉽다. 공조기 조작버튼 등 자주 사용하는 메뉴는 디스플레이 하단에 별도로 표시한다.
1열 시트는 열선과 통풍 기능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다. 압권은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켜지는 열선 시트와 스티어링휠 열선이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 아주 유용하다. 매번 시동을 걸 때마다 버튼을 별도로 누를 필요가 없다. 운전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조수석 발을 놓는 공간이 살짝 튀어나온 것은 2% 부족한 부분이다.
모드에 따라 3가지로 바뀌는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반은 프레임이 뚝뚝 끊겨 움직인다. 그래픽은 꽤나 보기 좋지만 움직임이 더뎌 아쉬움이 남는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손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 휠도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쌌다. 다만 패들시프트는 제공하지 않는다.
S90의 시동은 기어레버 뒤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리면 된다. 엔진스타트스톱 다이얼과 드라이브 모드 변경 다이얼은 금속재질로 마감됐다. 보기도 좋을 뿐 아니라 촉감도 훌륭하다. 레버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시동이 걸린다. 시동을 끄는 방법은 마찬가지로 오른쪽으로 ‘찰칵’ 돌리면 된다.
2열도 고급스러움과 안락함이 느껴진다. 2열 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도 다수 마련됐다. 2열 에어밴트는 센터에는 물론 B필러에도 마련되어있고, 3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은 물론 수동식 사이드 커튼과 전동식 리어커튼이 기본이다. 다만 리어커튼을 1열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 점은 아쉽다.
S90는 국내에서 2.0L 가솔린 터보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디젤 모델은 차후 인증이 마무리되면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플래그십 세단에 2L엔진이 달린다는 사실에 의아할 수 있다.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루는 2.0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출발 가속이나 고속영역에서 재가속시 출력의 답답함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경쾌하다. 엔진의 힘을 온전히 앞바퀴만으로 구동하는 S90은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언더스티어를 최대한 억제하고 탄탄하게 돌아나간다. 편안함과 스포티함 사이에서의 적절한 타협을 이뤘다고 할까. 그렇다고 자로 잰듯한 날렵한 핸들링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뒷좌석 소퍼드리븐 보다는 오너 드라이버 용에 맞는 셋팅이라고 할까!
S90는 프리미엄 세단 영역에 진입한 차다. RPM을 쥐어짜며 달리는 스포츠카와 성격이 다르다. 낮은 RPM에서도 넉넉한 출력을 내며 조용히 나아가야한다. 플래그십 세단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S90은 그 점에서 제대로 된 타협점을 찾아냈다. 더구나 밖에서 아무리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더라도 S90에는 이중접합 유리가 사용돼 시종일관 정숙한 실내를 유지한다. 기분 좋은 엔진음은 별도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공차중량 1755kg의 차체를 움직이지만 복합연비는 11.1km/L로 꽤나 좋은 수준을 보여준다. 사흘 간의 시승 동안 200km 정도 절반을 자동차 전용도로로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9.8km/L가 나왔다. 좋은 연비는 아니지만 납득이 갈만한 수준이다.
플래그십 모델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뽐낼 차별화한 디자인뿐 아니라 첨단 기술을 먼저 적용하는 게 중요한 요소다. S90은 이에 걸맞게 적극적인 반자율주행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을 적용했다. 차간거리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는 모습이 제법이다. ‘2020년 이후 볼보를 타고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 일을 없애겠다’는 볼보의 약속이 떠오른다. 이 정도 수준의 반자율 주행 기술이라면 '실현 가능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도 사각지대 및 후측방 경보 시스템, 서라운드뷰 모니터, 충돌경고 및 완전 자동 제동 시스템 등을 담아 안전을 세심하게 챙겼다.
볼보 S90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렉서스 ES 등 막강한 경쟁자가 포진한 프리미엄 E세그먼트 시장에서 전쟁을 치러야 한다. 볼보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후발 주자이지만 다양한 편의장비, 놀라운 인테리어 소재 그리고 특히 안전과 관련된 개발 철학은 앞서면 앞섰지 뒤질 게 없다. 너무 흔하고 자극적인 독일산 세단에 지쳤다면 스웨덴 아이덴티티를 지닌 S90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한 주행질감
: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2% 부족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