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두고 갈등 격화…카카오 "출퇴근만" Vs 택시 "전면금지"
by김보경 기자
2018.10.08 07:30:00
택시업계 “카풀이 생존권 위협” 카풀 원천 금지 요구
택시요금 인상에도 불구 서비스 개선 노력 없어 지적
직장인 카풀 찬성 90% “승차거부· 불친절 병폐해소”
| 택시 노사 4개 단체로 이뤄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출시를 반대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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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택시업계가 이번에는 카카오의 카풀(출퇴근 승차 공유) 서비스 추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성남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고, 11일에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또한 8∼17일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이어 18일에는 전국 택시 종사자 3만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이는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계속 추진할 경우 카카오 택시 콜을 받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택시업계와 IT기업들의 카풀 시장 갈등은 1년이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24시간 카풀을 시도했을 때도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운수법 위반으로 이 업체를 고발했고 이후로 풀러스는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카카오 택시를 앞세워 교통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스타트업체인 ‘럭시’를 인수한 뒤 카풀 서비스 추진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그간 양측의 중재를 위해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까지 나섰지만, 택시업계 불참으로 합의점 찾기에 실패했다.
카카오는 출퇴근 시간대에만 제한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이마저도 수용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아예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1항 1호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 조항은 ‘출퇴근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자가용을 유상 운수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풀러스가 운수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것도 카풀 서비스가 이 조항을 근거로 출퇴근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대에도 카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유에서다.
택시업계가 이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IT기업의 카풀 시장 진입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다.
택시업계는 현재 25만대에 이르는 전국 택시를 20만대로 감축하기로 하는 등 택시업계가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카풀을 도입할 경우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수요 대비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출퇴근 시간대만 운영하는 것조차 생존권을 앞세워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IT업계의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출근 시간인 오전 8~9시 기준 카카오택시 승객 택시 호출은 23만건까지 치솟지만 배차 가능한 기사는 2만6000여명에 불과하다.
여론도 택시업계에 우호적이지 않다.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 서비스 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내년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르고 심야할증시간도 자정에서 밤 11시로 1시간 당겨지는 등 이용요금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택시 잡기 어려운 출퇴근 시간의 카풀을 택시업계가 반대하면 요금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풀서비스의 실 사용층인 직장인들은 오히려 출퇴근 시간만 허용하는 현행법 규제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가 지난달 4~10일 직장인 568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24시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6%로 1위, ‘출퇴근 시간 등 한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가 34%로 2위를 차지했다. 1, 2위를 합한 카풀 합법화 찬성률은 90%에 달한다.
카풀에 찬성하는 직장인들의 이유는 다양했으나 가장 많은 응답은 ‘택시 업계 독점으로 인한 승차거부, 불친절 등 병폐 해소가 가능하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