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결국 '對이란 제재' 부활..이란 "맞설 것"(종합)

by이준기 기자
2018.08.07 07:22:50

1단계 '세컨더리 보이콧' 재개
2단계 '원유 제재' 11월5일 예정
일각 '국제적 호응 미지수' 시각
양국 간 '협상' 가능성 주목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한다고 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미국 동부시간 7일 0시1분(한국시간 7일 오후 1시1분)부터 시작되는 대이란 제재의 부활은 2016년 1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이행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이에 이란은 유럽, 중국, 러시아 등이 이란의 국익을 보장할 것이라며 “국민이 단결해 맞서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불안한 민심을 달래는 동시에 단합을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란핵합의와 관련, “끔찍하고 일방적인 협정”이라며 “이란은 이 합의를 통해 번 자금으로 중동의 갈등을 부채질하는 데 사용했다”고 제재 재개 배경을 설명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전 세계를 향해 “이란 정권이 경제적 고립의 길과 세계경제에 합류하는 길, 둘 중 하나를 확실히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국가가 이와 같은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제재 재개 이후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축소하지 않는 기업 등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재개되는 제재는 2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1단계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 개인에게까지 모두 불이익을 주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백악관은 이란 정부의 달러화 구매, 이란의 금·귀금속 거래, 흑연·알루미늄·철·석탄·소프트웨어 거래, 이란 리얄화 관련 거래, 이란 국채 발행 관련 활동, 이란 자동차 부문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란의 석유제품 거래와 이란의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정조준해 한층 강도가 높은 2단계는 90일 이후인 11월 5일부터 시작된다. 2단계는 산유국인 이란의 에너지 거래를 원천 봉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들이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워낙 일방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국제적으로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당장 이란핵합의 체결국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러시아 등 6개국은 모두 이번 미국의 제재에 깊은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제재가 국제사회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지 의문”이라고 썼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가능성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이란 정권의 악의적 행동들에 대처하는 더욱 포괄적인 합의에 대해선 여전히 열려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고위 당국자가 기자들에게 “이란의 지역 야심을 억제하고 핵무기 개발과 사악한 행동들을 끝내는 포괄적인 거래를 논의하는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이란 지도자를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썼다. 이에 대해 하산 로하니이란 대통령은 이날 밤 국영방송을 통해 “정직이란 게 그들에게 있다면 이란은 협상을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