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꿈]⑪해발 1280m에 조성된 습지 '용늪'을 아십니까

by김관용 기자
2018.05.10 06:00:04

기생꽃·닻꽃·제비동자꽃…희귀식물 1180종 서식
산성토양·추운날씨 '혹독한 환경'이 준 선물

용늪의 총 면적은 1.06㎢ 로 길이 275m, 폭 210m의 타원형이다.
[양구·인제=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비무장지대(DMZ) 인근 강원도 양구군과 인제군에 걸쳐 솟구쳐 있는 대암산에는 ‘용늪’이라는 습지가 있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 정상 바로 밑 1280m 고지대에 형성된 용늪은 습지보호에 관한 국제환경협약인 ‘람사르’ 목록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람사르 등록 습지 21곳 중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우리 정부도 습지보호지역·천연보호구역·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 2일 해당 부대와 원주지방환경청 담당자와 함께 용늪을 방문했다. 오전 시간 대였지만 야행성 동물인 너구리 한 마리가 잠을 안자고 나와 취재진을 맞았다.

군 부대 위병소를 통과해 용늪으로 들어서는 곳곳에는 지뢰 경고 문구들이 설치돼 있었다. 용늪 일대는 6·25 전쟁 당시 격전지로 지금도 미확인지뢰와 불발탄들이 산재해 있다. 과거 실제로 지뢰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용늪은 큰 용늪과 작은 용늪으로 구분된다. 이 중 작은 용늪은 잡목이 들어서는 등 육지화 되어 습지생태계가 훼손된 상태다. 큰 용늪 역시 과거 군 부대에 의해 일부 원형이 훼손돼 주변 식생이 변화됐다. 하지만 남쪽과 동쪽 및 중앙 지역에 상당히 넓게 원형이 보전돼 있다.

비가 내린 이날 오전에는 바람도 강하게 불고 안개까지 자욱해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용늪은 1년 중 절반 가까이 안개가 끼고 5개월 이상 영하에 머무르며 토양 역시 영양분이 없는 산성 토양”이라면서 “혹독한 환경이 특이한 생태 조건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같은 환경 조건으로 용늪엔 채 썩지 못한 생물이 쌓여 스폰지처럼 말랑말랑 한 지층인 ‘이탄층’이 형성돼 있다. 이탄층은 1년에 약 1mm 씩 생성되는데 현재 큰 용늪의 이탄층은 1m~1.8m로 반만년의 생물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용늪에선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기생꽃과 닻꽃, 제비동자꽃 등 1180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아직 여름이 오기 전이라 이들 꽃들을 볼 수 없었지만 노란색 꽃을 피운 동의나물과 보라빛의 처녀치마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큰 용늪은 북방계 식물이 남하하다가 남방계식물과 만나는 곳”이라면서 “과거 빙하기 때 남하해 분포했던 북방계 식물이 빙하기 이후 기후가 온난화 되는 과정에서 이 곳에 남아 계속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늪에서만 볼 수 있는 생물은 비로용담·대암사초·애기개별꽃·개통발·한국좀뱀잠자리·대암산집가게거미 등이다.

한편 DMZ 및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을 관통하는 물줄기와 함께 DMZ 일원 전 구간에는 습지가 다양하고 넓게 분포돼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민통선 이북 지역을 포함한 DMZ 일원에 사천강 습지 등 총 32개의 습지가 있다.

동의나물은 용늪 여기 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다.전국 산지의 습한 땅이나 물가에 난다.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