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10>송금부터 투표까지, 쓰임새 많은 블록체인

by이정훈 기자
2018.02.07 06:23:00

글로벌 은행권, 지급결제등 8개분야 블록체인플랫폼 구축
비상장주식 P2P 거래, 고객 신원확인 등도 이미 상용화
축산물 이력관리, 전자투표까지 활용도 높아져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화폐는 물론이고 증권, 정보기록 및 인증, 스마트계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앞서 우리는 블록체인(Blockchain)에 대해 상세하게 살펴봤습니다. 한 마디로 블록체인은 거래내역을 여러 시스템에서 분산, 공유하는 기술입니다. 그 과정에서 암호화 기술을 활용하고 각 노드간 직접적으로 통신하도록 하는 P2P(개인간) 네트워를 사용함으로써 제3의 기관에 의한 증명 없이도 거래 정당성을 확보하고 데이터 위·변조도 어렵게 하는 겁니다. 이 같은 블록체인의 강점은 단순하게 금융거래에만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는데요, 위·변조가 어렵고 비용이 저렴한 저(低)성능 시스템을 분산 노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송금과 예금은 물론이고 외환 결제, 감정, 증권거래, 부동산 등기, 각종 계약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그리고 실제 지금도 이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는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금융분야가 블록체인의 가장 큰 영향권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글로벌 지급결제부터 송금, P2P대출, 마이크로파이낸스 등 전통적인 금융은 물론이고 증권부문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단 국내 5대 은행을 포함해 전세계 40여개 은행들이 참여하는 ‘R3CEV’ 컨소시엄은 블록체인으로 인한 고객 이탈과 거래 수수료 감소 등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운영 플랫폼을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급결제는 물론이고 부동산과 회사채, 주식 등 8개 분야에서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땅이나 주택을 구입할 대에도 블록체인상 스마트 계약을 통해 영구적으로 거래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계약 체결이 가능해져 비용이나 (거래자간) 마찰도 줄어들게 됩니다. 스웨덴 같은 나라에선 이미 블록체인 기반의 등기부 관리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11개 증권사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블록체인 기반의 공동 인증서비스인 ‘체인 아이디’ 특장점. (그래픽=한국금융투자협회)




증권분야에서도 나스닥시장을 운영하는 나스닥OMX그룹은 일찌기 2015년 블록체인을 이용해 비상장사 주식을 개인간에 사고 팔 수 있는 매매거래 플랫폼인 `링크(Linq)`를 만들어 201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최종 매매 체결까지 걸리던 시간이 3일에서 10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또 에스토니아 거래소에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전자투표 시범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습니다. 증권거래에 따른 청산 및 결제도 마찬가지인데요, 호주증권거래소는 이미 비용 절감을 위해 등록 및 결제, 청산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2조8000억달러 규모인 주식스왑시장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시범서비스를 이미 성공리에 마쳤다고 합니다. 연간 수천만달러 비용이 들어간다는 금융권에서의 고객 신원 확인에도 블록체인이 이용 가능합니다. 각 금융사는 블록체인에서의 공인기관에 접속해 고객 신원을 독립적으로 확인하게 되며 이를 통해 중복되는 과정이 사라지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11개 증권사들이 참여한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서비스, ‘체인 아이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는데요, 한 곳에서만 인증 받으면 추가로 복잡한 등록과정 없이 다른 증권사에서 함께 쓸 수 있습니다. 금융결제원이나 코스콤에서 발급받은 인증서를 지금처럼 금융회사마다 별도로 등록할 필요도 없구요.

물류분야도 블록체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최대 컴퓨팅업체인 IBM이 중국 돼지고기 유통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사육농장에서부터 가공업체, 판매업체 등 모든 거래내역을 블록체인 시스템 내에 저장토록 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소비자가 고기를 먹고 배탈이 났다고 하면 어느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 곧바로 추적이 가능해집니다. 이후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최근 축산물 이력을 추적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의 문제를 즉시 파악할 수 있고, 생산자나 유통업자들이 축산물 정보를 조작할 수 없도록 막을 수 있게 됐습니다.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정치분야도 블록체인으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전자정부를 추진해온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투표시스템을 구축했구요, 호주 플럭스당(黨)을 시작으로 스페인 포데모스당, 덴마크 자유연합 등 당내 의사결정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모든 투표를 블록체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권자 등록과 신원 확인, 투표 집계까지 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투표 과정과 기록도 즉시 공개해 공정성과 민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