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통계 '구멍']주택보급률 100% 넘는데…왜 나만 집이 없을까
by김성훈 기자
2015.12.14 06:00:00
주택보급률 통계 현장 반영 못해
지난해 전국 주택보급률 103.5%↑
자가점유율 53%로 5년연속 감소
다주택·다가구 통계서 빠지기도
|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강남도심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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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2011년에는 누구나 수준 높은 삶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시민이 공공도서관에서 2권 이상의 책을 빌릴 수 있고, 주택 보급률도 85.2%로 상승할 것이다.”
1996년 4월 20일 서울시가 20년 후의 도시 모습을 발표한 ‘서울 도시기본계획’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서울의 주택 보급률(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값)이 69.7%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주택 보급률을 해마다 1% 가까이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20년이 지난 현재 서울시의 예상은 빗나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7.1%로 시의 전망을 11.9% 포인트나 웃돌았다. 지난해에는 97.9%를 기록해 올해를 기점으로 98%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국으로 눈을 돌리면 2007년 100.7%를 기록한 이래 지난해 103.5%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그러나 ‘집이 이렇게 많은데 내 집은 왜 없을까’라는 의문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거실태 조사’를 보면 본인 소유의 주택에 사는 비율인 ‘자가 점유율’은 2008년 56.4%를 보인 이후 지난해 53.6%로 5년 새 2.6% 줄었다. 같은 기간 주택 보급률이 2.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 대목이다.
문제는 주택 보급률이 주택의 배분 상태를 보여주지 못하는 ‘깜깜이 통계’라는데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내 과세 대상 주택 수는 2007년 252만 4936가구에서 지난 9월 현재 315만 1199가구로 8년 새 24.8%(62만 6263가구)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 관련 세금을 내는 사람은 217만 9905명에서 249만 888명으로 14%(31만 983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늘어난 주택이 실수요자가 아닌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더 많이 몰린 셈이다.
실제로 2007년 서울시내 2주택 이상 보유자 중 세금을 내는 사람은 15만 404명으로 주택 관련 전체 납세자의 6.9%를 차지했다. 이들이 가진 주택 수(49만 5435가구)는 전체의 19.6%였다. 그러나 9월 현재 2주택 이상 보유자 중 과세자는 22만 5131명으로 8년 새 49.7%(7만 4724명) 늘었다. 주택 수도 88만 5438가구로 79%(39만 2가구) 증가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껍데기만을 보여주고 국민이 원하는 정보 제공에 실패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기면 지표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세컨드하우스나 다가구주택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실효성을 갖춘 통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