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입` 쳐다보면 테마株가 보인다

by안재만 기자
2009.06.11 08:18:54

자전거·수소·출산관련주등 대통령 발언뒤 급등
"정부 정책 기대감탓".."시장 질 악화우려" 지적도

[이데일리 안재만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코스닥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면서 "주식으로 성공하려면 대통령의 입을 쳐다봐야한다"는 농담 같은 조언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란 위치의 특성상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처럼 코스닥 테마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은 예전엔 드물었다.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에만 자전거주, 수소에너지주, 출산 관련주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통령 발언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인 테마주는 4대강 살리기 관련주였다. 4대강 관련주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후보 시절부터 발언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움직였다.

대운하 관련주 이화공영의 2007년 이후 주가 흐름
올 들어서는 자전거 관련주가 대통령 발언으로 급등했다.

대표적인 자전거주 삼천리자전거(024950)는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3000원대에 머물렀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자전거 육성 정책이 나온 뒤로 급등세를 탔다.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관계자는 자전거 교통수단화 정책과 자전거길 조성, 하이브리드자전거 개발 등을 잇따라 발표했고, 삼천리자전거 주가는 이에 힘입어 5월 한때 3만7400원까지 올랐다.

자전거주 급등 효과 때문인지 이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운만뗐다하면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

먼저 수소에너지 관련주가 움직였다. 수소에너지주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아세안 9개국 정상과 함께 제주 서귀포 녹색성장 전시관을 찾아 수소연료 전지자동차 등에 대해 "This is our dream(이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발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급등했다.

HS홀딩스(007720)가 상한가 5번을 포함해 6일 연속 급등했고, 이엠코리아(095190)가 네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10일 현재는 상승분을 거의 대부분 반납했지만 경윤에코(019120), 에스씨디(042110) 등도 한때 큰폭으로 상승했다.



10일에는 출산 관련주들이 움직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 격려사를 통해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발언 소식이 전해진 뒤 유아용품 생산업체 보령메디앙스(014100), 아가방컴퍼니(013990), 제대혈 업체 메디포스트(078160), 아토피 치료제 생산업체 네오팜(092730), 유아교육업체 큐앤에스(052880) 등이 동반 급등했다.

앞서 지난 4월21일엔 과학의 날 축사로 "우주시대를 앞당겨 나가자"고 발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주항공관련업체 주가가 크게 움직인 일도 있었다.



일단 대통령의 발언이 테마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테마주가 형성될 수 있는 논리 가운데 하나"라며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주요정책으로 육성될 것이란 의미이고,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대통령이 하이브리드카, 수소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이들 사업군은 대부분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인만큼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 급등이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은 단순한 기대감으로 이상 급등 현상이 나타나지만, 조만간 실제 수혜 업체가 가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만 믿고 소액주주들이 뇌동매매를 일삼을 경우 시장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