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부동산)월세는 경기변동 바로미터

by김정렬 기자
2009.03.27 08:19:44

[이데일리 김정렬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임대제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전세와 월세다. 전세는 임차보증금을 지불하고 계약기간 동안 거주 또는 사용하는 것이고 월세는 보증금과 월 임료를 지불하는 형태다.

전세는 목돈이 묶이는 반면 짧은 기간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고 월세는 목돈 부담이 적은 대신 매월 나가는 생활비 부담이 크다는 장단점이 있다.

그런가 하면 IMF를 겪으면서 깔세 방식도 한동안 늘어났었다. 월세보증금조차 마련하기 힘든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 깔세였는데 깔세란 보증금 없이 미리 몇 달치의 월세를 한꺼번에 내고 다달이 월 임료를 까나가는 방식이다.



IMF 당시에는 또 처마 밑 상가와 일세상가도 늘어났다. 처마 밑 상가는 기존 점포의 처마 밑 자투리땅을 빌려 영업을 하는 것이고 일세상가는 하루하루 세를 계산해 값을 치르는 임대상가이다.

초보 창업자들은 목돈이 없어도 점포를 차릴 수 있고, 건물주는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고 깨끗한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불확실한 세태를 반영해 장사가 안되면 즉시 걷어치울 수 있는 초단기, 초소형 변종 상가들이 인기를 끌었던 셈이다.



깔세나 일세 등은 모두 전월세의 변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월세는 금리의 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만 해도 시장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월세 임대가 그나마 괜찮은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더불어 월세 공급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옛날에는 임대를 놓아 월세를 받아서 곗돈을 붓는 것이 돈을 버는 하나의 패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집은 꼭 있어야 되고 세를 놓는 것이 최선의 재테크라고 여기던 시절에 가
능했던 얘기다.



월세는 사회상을 많이 반영하는 제도다. 예전에는 집주인이 월세나 보증금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세입자도 골라서 받았다. 월세가 떨어지는 일은 드물었다. 그야말로 칼자루를 쥔 것은 집주인 쪽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월세가 떨어지기도 하고 월세 물건을 내놓아도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 일도 있다. 
 
전월세 시장은 경기변동에도 민감하다. 전월세 가격이 떨어져도 문제, 올라도 문제다. 얼마 전에는 전세가격이 떨어져서 집주인들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세입자나 집주인이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전 같으면 누가 은행이 망할까 걱정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은행도 문을 닫는 시대다. 월세도 마찬가지다. 임차인이나 임대인 모두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세입자 입장에서도 계약 전에 철저한 서류조사를 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일반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월세를 고집하는 집주인이 부쩍 는다. 물론 경기가 나빠지면 반대 현상이 온다. 주택시장 외 상가 및 빌딩 시장에서는 곧바로 월세가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