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06.08.09 08:12:40
분당·용인 일대 아파트 가격 약세 지속
주인은 양도세, 매수자는 대출규제 원인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판교신도시 중대형 분양이 이달 말로 다가왔지만 `후광 효과`를 기대했던 인근 분당, 용인 아파트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 봄 1차 분양을 전후해 인근 지역 집값이 동반 급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초에는 하락 일로에 있는 집값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분양 일정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교발 바람은 거의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9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분당 아파트 매매값은 5월 1.39%, 6월 0.34%로 상승폭이 줄더니 지난달에는 급기야 0.06% 하락했다. 용인시 아파트 가격도 5월 2.01%를 분수령으로 6월 0.79%, 7월 0.31%로 오름폭이 뚝 떨어지고 있다.
실제 정자동 파크뷰 63평형은 최근 25억원 선에 매물이 나왔다. 지난 5월 최고 28억원을 호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3억원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서현동 삼성(한신) 아파트 32평형도 6억7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역시 호가가 연초 대비 1억원 가까이 내렸다. 인근 우성아파트 32평형도 연초 호가 대비 1억원 가까이 떨어진 6억5000만~7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서현동 A공인 사장은 "판교 중대형은 중소형과 달리 채권입찰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분양이 임박하면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를 줄 알았는데 예상밖"이라고 말했다.
용인 지역은 하반기 최대어인 판교뿐만 아니라 성복지구와 흥덕지구에서 대규모 분양이 예정돼 있어 기존 매물은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매물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던 신봉동 신봉자이1차에도 50평~60평형대를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등 집주인 사정으로 가격이 많이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현장 종사자나 업계 전문가들은 “3월에 이미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각종 규제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길진홍 부동산뱅크 팀장은 "3월 첫 분양을 전후해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추가 매수세가 발생하지 않고 않고 있다"며 "판교 신도시 후광효과는 연초 오른 가격에 거의 다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0평형 이상의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는 6억원 초과 아파트가 많다는 것도 3월 중소형 분양때와 달리 시장이 달아오르지 않는 큰 원인이다.
정자동 B공인 사장은 “집주인은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수자는 대출 규제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8월 판교 분양에 맞춰 거래세 인하 조치가 나온 만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연말쯤부터 조금씩 규제를 풀기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