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株" 마사 스튜어트 되살아나나
by이태호 기자
2005.07.19 08:30:00
"살림의 여왕" 자존심 되살리며 회사 주가도 회복
[edaily 이태호기자] "살림살이 잘하는 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에 선정된 여인" "가난한 이민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포춘 선정 미국 50대 여성 기업가 중 8위에 오른 여장부"
한 때 미국 여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가 재소자로 전락한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64)에 대한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02년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돼 복역을 마치고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마사 스튜어트에 대한 팬들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그녀가 설립한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MSLO)`의 주가가 한 때의 시련을 딛고 회복세를 타면서 "마사 스튜어트" 라는 브랜드 파워가 여전함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지수가 횡보를 계속하는 동안 MSLO의 주가는 3배 가까이 급등했다. 그녀가 법정에 서면서 회사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던 3년 전부터 계속 떨어지던 주가는 지난주말에 29.10달러로 마감, 지속적으로 흑자를 냈던 2000년 당시 수준을 회복했다.
문제는 이 회사가 7년째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 2분기 역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돼,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S&P의 미디어 주식 담당 애널리스트인 게리 맥다니엘은 MSLO가 비록 실적이 가장 좋았던 지난 2001년에 주당 45센트의 순이익을 기록했었고 최근 당시와 비슷한 만큼의 수익을 내고 있긴 하지만 현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60배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MSLO가 "이성적인" 주가 보다 2~3배 고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MSLO의 주가가 이렇게 높은 것은 오직 마사 스튜어트라는 브랜드 파워때문이다. 주식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꼽히는 그녀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민 노동자 딸에서 "살림의 여왕"까지
마사 스튜어트는 폴란드에서 이민 온 노동자의 딸로 태어난 평범한 여성이었고, 직장 생활도 그리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1971년 낡은 집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발휘된 자신의 살림 재능을 사업으로 연결해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엔터테이닝’과 ‘마사 스튜어트의 빠른 요리법’ 등 요리책과 정원 및 집 꾸미기 비디오를 내놓으며 TV 쇼와 신문 칼럼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마사는 미국 주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1997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를 설립해 잡지와 비디오, 부엌용품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마사는 자신의 명성만으로 회사를 엄청난 인기 브랜드 반열에 올려 놓았다. 1999년 공모가격 18달러로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MSLO의 주식은 상장 당일에 37.25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해 주가가 2배가량 뛰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마사의 재산도 12억7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하지만 2002년 생명공학회사 임클론의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내부자거래 혐의로 법정에서 선 뒤, 죄를 면하기 위해 위증을 하는 바람에 징역 5개월에 가택연금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임클론 CEO의 조언을 듣고 주식을 조기 처분한 덕분에 얻은 차익은 4만5000달러에 불과한 푼돈(?)이었지만, 그 댓가로 5개월 징역형 보다 더 뼈아픈 이미지 훼손이라는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마사株" 과대평가 논란.."목표주가 7불" 혹평도
마사 스튜어트의 재기조짐은 그녀가 복역을 마치기 수주일 전부터 감지됐다. 폭락을 면치 못했던 MSLO 주가가 한 때 37.45달러까지 치솟는 등 요동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가을 MSLO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수잔 라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회사가 장기적인 성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중요한 두 가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 하나가 바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마사 스튜어트` 브랜드이고 다른 하나는 DVD 사업 확대 등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이다.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기만 하다. MSLO의 회복과 성장은 아직 먼 얘기에 불과하다고 맥다니엘은 지적했다. 마사 스튜어트 리빙 잡지에 대한 광고 수익이 올해 급등하긴 했지만 광고주들에게 `마사` TV 프로그램 등 다른 상품과 연계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한 데 따른 것일 뿐이며, 늘어난 수익 자체도 여전히 2003년 보다 30% 낮다는 설명이다.
맥다니엘은 MSLO의 목표주가를 17달러로 보고 있다. 모간스탠리, 베어스턴스, CS퍼스트보스톤 등 주요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로 MSLO에 `매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CS퍼스트보스톤의 윌리엄 드루어리는 목표주가를 7달로 설정하면서 "모든 주식 평가 주식 가운데 가장 고평가돼 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투자자 신뢰는 확고..피델리티는 대규모 매수
그러나 투자자들은 투자 규모에 관계없이 이 같은 비관론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뮤추얼 펀드 회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3월부터 160만주의 MSLO 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236만달러로 확대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MSLO는 스튜어트가 웨스트 버지니아 교도소 복역을 마치기 수일 앞서 37.45달러까지 오른 뒤에 이후 20~3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고평가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작은 시가총액(15억달러)과 상당수 주주들이 스튜어트와 친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튜어트가 법적 문제를 빨리 해결짓기 위해 복역을 선택했으나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점도 팬들이 그를 떠나지 않고 있는 한 가지 이유다.
CNBC의 논평자이자 전 펀드매니저인 제임스 크레이머는 MSLO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목표주가로 25달러를 제시했다. 그는 ABC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데스퍼리트 하우스와이브즈`와 `로스트`의 개발을 담당했던 스튜어트와 라인 CEO가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레이머는 "(MSLO가) 실질적으로는 고평가 돼 있어도 이론적으로는 저평가돼 있다"고 까지 말했다.
어쨌든 MSLO의 기업가치는 여전히 마사 스튜어트라는 개인의 이름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그녀의 이름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옥살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올해 4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에 포함돼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기업의 회생을 통해서 마사 스튜어트가 화려한 재기에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