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표시 외평채 못 찍나…외평기금 원화재원 59조 급감 우려
by김은비 기자
2024.10.31 05:00:00
세수펑크에 외평기금 최대 20조 끌어다 써
올해 대규모 상환에 원화 외평채 무산 위기까지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때 대응여력 부족할 수도"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정부가 환율 변동성 대응을 위해 마련하고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원화재원이 지난해와 올해 2년 간 59조원 가량 순감소 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년 연속 ‘세수펑크’ 대응에 외평기금을 끌어다 쓰는데다 원화표시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 발행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외 여건 변화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외평기금 원화재원 증감요인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결산 기준 외평기금 원화재원은 14조4000억원 순 감소했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외평기금 여유재원 14조4000억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수원금에 조기상환했기 때문이다.
외국환평형기금은 환율의 변동성 와화 및 외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설치된 기금이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강화될 경우 외환시장에 원화를 공급하고 외화를 매입해 안정화 조치를 하는 방식이다. 이때 원화재원은 공자기금에서 예수받고, 외화재원은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2년 간 외평기금에서 세수펑크 대응으로 공자지금에 예수원금을 조기상환 하면서 기금의 원화재원 규모가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올해 공자기금 예수금으로 56조6000억원을, 상환액으로는 94조6000억원을 배정해 둔 상황이다. 예수 대비 상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금의 원화 재원은 38조원 순 감소하는 셈이다.
당초에는 이를 원화외평채를 발행해 일부 상쇄하려고 했지만 이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는 원화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21년 만에 18조원 규모의 원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원화표시 외평채의 발행·전자등록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외국환거래법안이 국회에 발이 묶이면서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가 2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는 세수펑크 대응을 위해 외평기금 4~6조원을 끌어다 쓰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 경우 올해 원화재원은 최대 44조원 가량 감소할 수 있다.
다만 기재부는 현재 외평기금 재원이 270조원 가량으로 환율변동성 대응에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평기금의 전체 재원이 270조원이 넘어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70조안에 원화, 달러, 기타 외화 등의 비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예정처는 이에 대해 “2025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의 대응여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