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D&C, 부평 동부빌딩 매각 난항…안강그룹 위험 전이 되나

by이건엄 기자
2024.10.06 12:20:00

[마켓인]
500억에 매물로 내놨지만 원매자 ‘오리무중’
주변 시세 대비 다소 비싸…450억이 적정가
마리D&C, 재무건전성 악화일로…돈맥경화 심각
안강건설 연대보증 등 안강그룹에도 부담 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안강그룹이 투자한 부동산 개발 시행사 마리디앤씨가 부평구 소재 빌딩 매각에 난항을 겪으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업황 악화로 개발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 탓에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리디앤씨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빌딩 매각까지 늦어지고 있어 유동성 부담이 안강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동에 위치한 동부빌딩 전경. (사진=이건엄 기자)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마리디앤씨는 올해 초 인천 부평구 부평동 132-5 소재의 동부빌딩을 매물로 내놨지만 1년 가까이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마리디앤씨가 오피스텔 개발 사업을 위해 인허가 작업까지 마친 상태지만 다소 비싼 가격과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마리디앤씨는 동부빌딩 매각 주관사에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 존스랑라살(JLL)을 선정하고 매각가로 500억원을 책정했다. 평당 4900만원선으로 주변 시세 대비 다소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450억원 안팎을 동부빌딩의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다.

JLL관계자는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이라며 “주관하는 물건에 대해선 자세한 내용 설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리디앤씨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빌딩 매각마저 지연되면서 존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마리디앤씨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59.9%로 전년 말 82% 대비 22.1%p 하락했다. 총 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인 부채비율도 6923%로 심각한 상태다. 2022년에는 자본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상태였다.

유동비율은 단기 현금동원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기업 재무 안전성을 판단할 때 150%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유동비율이 낮은 만큼 현금동원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안강그룹 입장에서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마리디앤씨의 최대주주는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는 안강산업이다. 안강산업은 안강그룹의 한 축으로 안재홍 회장과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다온엠앤씨가 각각 83%, 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다온디엠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안강건설은 마리디앤씨가 동부빌딩 부지 개발을 위해 일으킨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한 상태다. 이는 마리디엠씨의 유동성 위기가 안강그룹에 상당한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 문제는 안강그룹 관계사들이 미분양 악재에 시달리며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현금흐름이 둔화한 만큼 마리디앤씨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안강개발이 시행을 맡고 안강건설이 시공한 성남 대장지구 내 오피스텔 ‘판교 디오르나인’은 미분양 물량을 좀처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준공을 마쳤지만 분양률은 지난 6월 기준 60%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파로 지난 2022년 말 303억원이었던 안강건설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517억원으로 70.6% 급증했다. 안강건설은 안산 한승물류센터 사업장에서도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리디앤씨는 오피스텔 개발 사업을 위해 지난 2021년 하반기 380억원에 동부빌딩을 매입했다. 당초 마리디앤씨는 해당 부지를 직접 개발하기 위해 모든 임차인에 대한 명도까지 마쳤으나 고금리 기조와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부지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