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은실 기자
2024.07.14 09:36:52
작년 동기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나···2년새 231% 급증
반기·분기별 정리하던 시중은행 부실채권 '상시 정리'
연체율 하락 효과 봤지만, 신규 연체율 여전히 높아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에 상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난 3조 2000억원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고물가에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자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올 상반기에 상·매각한 부실 채권 규모는 총 3조 270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2조 2232억원) 대비 47.10% 증가한 것이며 2022년 상반기(9874억원)과 비교하면 231.21% 급증했다
통상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한다. 그러다 회수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해 장부에서 지우거나(상각) 혹은 자산 유동화 전문 회사 등에 파는 방법(매각)으로 해당 자산을 처리하고 있다. 빌려 간 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많아지면 은행의 연체율이 치솟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대규모 상각·매각 덕에 5대 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다소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6월 말 기준 0.31%로, 한 달 전 5월 말의 0.39%보다 0.08%포인트(p) 내렸다. NPL 비율 평균도 한 달 새 0.34%에서 0.29%로 0.05%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들은 반기 혹은 분기별로 진행하던 상·매각 작업을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상시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단기적인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부실 채권이 많아지면 그만큼 충당금을 쌓아둬야 하는 데다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신규 연체율도 5월 0.10%에서 6월 0.09%로 0.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 5월 연체율이 0.56%까지 뛰는 등 가계(0.31%), 대기업(0.03%)보다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