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때 '해외여행' 간다…여행수지 적자폭 커지나

by최정희 기자
2024.02.09 07:00:00

작년 설 연휴 때보다 여행예약 건수 106% 급증
작년 여행수지 125.3억달러 적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출·입국자 수는 코로나 이전 대비 73%만 회복
"입국자 수는 정체, 올해 출국자 수 더 늘어날 듯"

설 연휴를 나흘 앞둔 5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설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 출국자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 대비 80%만 회복된 상황에서 올해는 출국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작년 여행수지 적자폭이 5년래 최대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적자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여행수지는 125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해외 여행이 제한됐던 2020~2022년까지 여행수지는 연간 50억~80억달러대 적자를 보였으나 작년엔 2018년(165억7000만달러) 이후 5년래 적자폭이 가장 커졌다. 2019년(118억7000만달러) 적자폭보다 더 크게 확대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2019년 당시 겨울방학이 겹치는 1월께 여행수지 적자폭이 확대됐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연초 여행수지 적자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설 연휴가 끼어있는 2월에도 여행수지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2월 9~12일 설연휴 기간 해외 여행 예약 건수는 작년 설 연휴(1월 21~24일) 기간과 비교해 106% 급증했다.

출처: 한국은행
코로나19 이전엔 중국 춘절을 맞이해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로 유입, 해외로 나간 관광지출액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상쇄해줬으나 엔데믹 이후 국가간 이동이 가능해졌음에도 이러한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출, 입국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73% 수준”이라며 “올해 출국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입국자 수는 증가세가 정체된 상태”라고 밝혔다. 작년 출국자 수는 2271만5841명으로 2019년의 79.1%에 불과하지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입국자 수는 1102만1665명으로 63% 수준에 불과, 출국자 수보다 회복세가 느리다.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컸던 터라 중국인들의 입국 정도에 따라 여행수지가 좌우됐는데 중국인의 입국자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국적별 입국자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2019년과 2020년의 경우 우리나라 최다 입국자는 중국인이었다. 그러나 2021년, 2022년엔 미국이 1위를 차지했고 작년엔 일본이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인 입국자 수는 2, 3순위로 밀렸다. 경기불안에 중국인들의 소비액도 줄어들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7일 작년 국제수지 발표 후 브리핑에서 “예전처럼 중국인 관광객이 보따리상이나 단체로 국내에 와서 소비하는 패턴이 줄었다. 개인 관광이 늘어나고 소비도 많이 안 하는 추세”라며 “중국인 관광객이 대규모 입국해서 국내에서 소비를 많이 하는 시기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여행수지는 앞으로 적자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가장 커졌던 시점은 2017년으로 183억2000만달러 적자였다.

작년 여행 수입액은 153억1000만달러, 여행 지급액은 278억4000만달러로 2019년 208억7000만달러, 327억4000만달러보다 적은 수치다. 다만 회복 강도는 여행 지급액이 훨씬 빠르다. 여행 수입액은 팬데믹으로 이동 자체가 어려웠던 2020년 대비 49% 증가율을 보인 데 반해 여행지급액은 73%로 더 빠르게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