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强對强' 극한 대립 추미애-윤석열 언제까지?
by이연호 기자
2020.10.27 05:02:08
법사위 국감 계기 秋-尹 갈등 폭발…''루비콘 강'' 건너
秋, 1월 첫 檢 인사서 ''尹 패싱'' 논란 후 양측 관계 살얼음판 지속
사상 초유 두 차례 수사지휘권 발동 후 윤 총장 국감서 작심발언
''결자해지'' 차원서 문재인 대통령 등판론까지 제기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윤석열) VS “수사 지휘를 위법하다고 확신한다면 총장직을 내려놔야 한다”(추미애).
|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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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올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정면충돌하면서 기어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이 둘의 갈등을 두고 “결국 한 사람이 물러나야 끝나는 싸움인데, 둘의 성향상 어느 한 쪽이 먼저 굽히기를 바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윤 총장의) 임기 끝까지 갈등이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줄곧 살얼음판을 걷던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2020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추미애와 윤석열, 윤석열과 추미애였다. 이 둘은 국감에서 단 한 차례도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국감 내내 자극적인 언사만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이 둘의 신경전은 사실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월 추 장관 취임 이후 양측은 줄곧 불협화음을 내왔다. 주로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는 지난해 ‘조국 사태’로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윤 총장의 숙명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시작은 지난 1월 추 장관이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 때부터였다. 당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인사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윤 총장 의견 청취 없이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윤 총장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주요 사안마다 미세한 파열음을 내던 이들은 지난 7월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다시 크게 붙었다. 추 장관이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지휘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커졌다. 구체적인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한 것은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장관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추 장관은 산사까지 들어가며 거듭 지휘 수용을 촉구한 끝에 일주일 만에 윤 총장의 백기투항을 받아 냈다.
석 달이 지나 추 장관은 ‘라임의 돈줄’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을 빌미삼아 ‘라임 사건 및 윤 총장 가족 사건’에 대해 또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중상모략”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발했지만 결국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달리 30분 만에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세가 오른 추 장관은 대검찰청 국감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상모략’이라고 검찰총장은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든 몰랐든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 유감이다”라며 윤 총장에 재차 맹공을 퍼부었다. 이때 윤 총장은 그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 총장은 22일 국감에서 작심한 듯 추 장관에 대해 강력한 돌직구를 연거푸 날렸다.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도 이때 나왔다.
추 장관은 이날 국감이 진행 중이던 오후 6시께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입니다”라며 윤 총장의 역공을 되받아친 데 이어 검사 및 검찰수사관 비위에 대한 보고가 은폐되거나 무마됐는지 여부 등에 대해 대검 감찰부와 합동으로 감찰을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26일 법무부 종합감사에서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상급자’라고 못 박은 뒤, 윤 총장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선을 넘고 있다”,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은 민주주의와 적합하지 않다”, “수사 지휘를 위법하다고 확신한다면 총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맹폭을 서슴지 않았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당시 한국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 의뢰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감찰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추가로 밝혔다.이 둘의 극한 대립은 이제 정치권까지 본격 참전을 이끌어 내며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연장 선상에서 이들의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 등판론까지 정치권에서는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정권 핵심부의 비리 의혹을 옹호하고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추 장관의 망나니 칼춤을 이대로 둘지, 추 장관을 경질해 정의를 회복시킬지 분명히 하시라”며 “지금 당장 추 장관과 윤 총장 중에서 양자택일하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중 한 명은 그만둬야 한다. 하루도 이대로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