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사업 표류]②"아파트값 떨어질라"…기피시설 전락
by신중섭 기자
2020.10.23 05:09:00
2·5호선, 중앙선, 분당선 등 입지에도 월15만원
한양대·한양여대·경희대·시립대·세종대 수혜
인근 주민 일조권·소음·집값 문제로 반대
학생들 "집값 때문에 학생 고통 외면 납득 안가"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22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A아파트. 지근 거리에 중랑천이 흐르고 있고 그 너머론 최근 젊은이들에게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이 위치해 있었다. 왕십리역과 한양대역이 멀지 않은 이 곳은 최근 몇년 새 부동산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은 지역 중 하나다.
|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한국장학재단 연합기숙사 후보 부지(사진=한국장학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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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A아파트와 중랑천 사이엔 수풀이 무성한 공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한국장학재단의 2호 연합기숙사 부지로 낙점됐던 곳. 좋은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학생들에게도 이점이 많은 곳이다.
한양대·한양여대와 인접해 있고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에 경희대·서울시립대·세종대 등의 대학이 위치해 있다. 지하철 2·5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등 4개 노선이 걸쳐있어 접근성이 좋고 중랑천과 붙어 있어 운동하기도 좋다. 그럼에도 기숙사비는 월 1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A아파트를 포함한 인근 아파트 주민의 반발. 해당 부지는 인근 아파트들과 불과 90m 가량 떨어져 있다. 큰 반대 이유는 일조권·조망권 침해다. 실제 고층의 기숙사가 세워질 경우 아파트의 일조권·조망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거리였다.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김모(45)씨는 “저층부에 살고 있는데 기숙사가 들어선다면 전망이나 햇빛을 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집값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반발에 장학재단은 당초 15층 높이로 추진하려던 기숙사 건물을 10층으로 낮추기로 했다. 특히 A아파트 앞 건물은 4층 높이로 설계했다. 장학재단의 완공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일조권·조망권에 미치는 영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주민 이모(45)씨는 “10층 이상 높이로 지어진다고만 알고 있었다”며 “주민 피해가 적다면 기숙사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음이나 치안 우려도 있었다. 한 주민은 “평소 더 멀리 있는 중랑천에서 축구하는 소리도 들린다”며 “늦은 시간까지 시끄럽게 놀 수도 있고 인근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해당 부지와 아파트의 직선 거리가 90m 정도에 불과함에도 사이에 도로와 철도, 방음벽까지 놓여 있어 서로 쉽게 오갈 수 없을 정도로 구역이 구분돼 있었다. 더구나 아파트까지 소음이 들릴 정도로 시끄럽다면 기숙사에 있는 다른 학생들이 먼저 항의·제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조·조망권, 소음 문제를 떠나 기숙사 대신 아파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설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성동구청도 해당 부지를 연구시설이나 공동 목적을 띈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기숙사가 혐오시설까지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갤러리나 백화점, 주민을 위한 복지시설이 들어오는 걸 바라지 않겠느냐”며 “어떤 시설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주변 상권이나 분위기 형성, 나아가 아파트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소음이나 집값 하락이 기숙사 건립 반대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인성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학생 입장에선 주민들이 집값 때문에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경희대 서울캠퍼스가 위치한 회기동의 경우 평균 월세가 45만원에 달하고 원룸 전세의 경우 최대 1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기숙사가 새로 생겼음에도 기숙사 수용률은 13%에 불과하다”며 “ 덧붙였다.
한양여대 재학생 이모(20)씨는 “왕십리 자취방 특성상 집과 집 사이가 너무 가까워 여학생으로서 창문을 열기가 꺼려진다”며 “정부에서 마련해주는 기숙사가 들어오면 저렴한 방값 뿐 아니라 치안이나 보안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